절박함 없는 정부·교육청… “돈 더 내야 하느냐” 학부모 문의 폭주

입력 2016-01-14 21:31
‘보육대란’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에선 절박함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마다 “누리과정 지원금이 안 나오면 돈을 더 내야 하느냐”는 학부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원장들은 “(부모님이) 정부와 교육청에 항의 좀 해주세요”하며 되레 호소한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느긋해’ 보인다.

13일 취임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교육감들과 18일에야 만나기로 했다.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는 어린이집 ‘결제일’ 이틀 전이다. 인사청문회(7일) 때는 취임하면 곧바로 교육감들과 만나겠다고 했었다.

이 부총리는 14일 누리과정과 무관한 위치에 있는 듯 움직였다. 오전에 경기도 안산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갔고, 오후에는 수원에서 국·공립대 총장들과 만났다. 교육부는 “당초 교육감 만남을 14일에 하려 했지만 일부 교육감과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미리 일정을 조율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청와대가 언제 임명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가 교육감 회동 의사를 밝힌 건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였다. 1주일간 일정 조율조차 못한 무능이 확인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도, 교육부도 같은 ‘정부’다. “정부 내에서도 소통을 못하면 교육감과는 어떻게 소통하겠나”란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부천의 유치원 학부모 유모(32·여)씨는 “발등의 불은 안 끄고 대학 총장들과 신선놀음을 하느냐”며 “현장에서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와서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의 다른 축인 교육감들에 대해서도 같은 비판이 나온다. 황우여 전 부총리에게는 “곧 선거에 나갈 사람과 무슨 얘기를 하느냐”며 대화의 문을 열지 않더니, 신임 부총리가 왔는데도 “다른 일정이 있다”며 미루는 태도가 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방송에 앞다퉈 출연해 정부 비난할 시간은 있고 협상 상대방과 만날 시간에는 인색하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토하고 있다.

현재 누리과정 전액 편성 계획을 교육부에 밝힌 교육청은 대구·울산·대전·경북·세종·충남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