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이 꺼내든 총선연기론이 정치권에서 쟁점화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정치 신인에 대한 배려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당의 총선 준비 기간을 추가 확보하고, 선거구 획정 합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양대 정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가기 위한 프레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14일 총선연기론을 구체화했다. 문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4·13총선을 한 달가량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연기론의 근거로 정치 신인 배려와 국회 공백 최소화를 들었다. 그는 “선거구 획정이 안돼 (정치 신인들은) 어디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모른다. (정치 신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총선과 당선자 취임 사이 45일간의 ‘국회 공백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제에 총선을 5월로 연기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총선 준비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연기론을 주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정대로 4월 13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당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3월 25일까지 중앙당 창당과 인재 영입, 공천 룰 확정, 경선, 공천 등의 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측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최근 추세로 볼 때 총선 연기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대의에 따른 결단”이라고 일축했다. 총선연기론이 양대 정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 비판하기 위한 프레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한 의원도 “총선을 연기해야 할 정도로 여야가 무책임하다는 차원의 여론 환기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연기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스스로 주장하는 합리적 개혁정당이라면 총선 연기 운운하면서 선거에만 집착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황진하 사무총장도 “선거일 변경은 또 다른 법 위반”이라며 “(국민의당이) 창당 시기에 쫓겨 총선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도 “선거라는 게 우리 대의민주주의를 지키는 근간인데, 정치적 상황 때문에 선거가 연기된다는 것은 헌정(사)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잘못이 선거 연기 등으로 국민에게 전가돼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총선 연기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진성준 더민주 전략기획위원장은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구 미획정 책임이) 거대 양당체제 탓이라는 것은 자기 당 입지만 생각한 고의적 양비론”이라고 반박했다.
현실적으로도 총선 연기는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예정대로 치렀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6·4지방선거 연기론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연기된 사례가 없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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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