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셉(30·사진) 전도사가 이끄는 ‘양떼 커뮤니티’의 양떼는 ‘양아치 떼’의 준말이다. 이 전도사가 직접 지었다. 가출로 범죄나 성매매에 노출되기 쉬운 거리 청소년의 예배모임이란 의미다. 교회 전도사와 양아치. 뭔가 어색한 조합 같지만 이 전도사는 이들도 결국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그리운 또래 청소년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온몸에 문신이 가득하고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녀석들이 겉은 거칠어 보이지만 대화 몇 마디 나누면 속은 ‘역시 애’예요. 건달 생활하던 아이들도 칭찬하면 좋아하고 힘들면 칭얼대지요. 가정환경이 어려워 집과 학교를 나왔을 뿐이지, 사랑받고 싶어 하는 건 보통 아이들과 똑같아요.”
위기 청소년들과 6년째 동고동락하는 이 전도사를 서울 수서역 인근 카페에서 14일 만났다. 그는 현재 서울소년원에서 활동하는 기독봉사단체 선우회 담당 목회자이자 한국어깨동무사역원 위기청소년 사역팀 대표이기도 하다. 건장한 청년과 겨뤄도 밀리지 않을 만큼 다부진 체격과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다.
이 전도사는 2010년 우연히 위기 청소년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서울의 한 교회 전도사였던 그는 가출 청소년과 매일 전쟁을 치렀다. 간밤에 술을 마신 뒤 몰래 교회에 잠입한 청소년들을 내보내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으며 오후엔 교회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이들을 쫓아내기 바빴다.
“아예 아이들이 오는 시간대를 파악해 미리 가 기다렸지요. 새벽 3시, 오후 4시쯤 오더군요. 계속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이 들었어요(웃음). 이참에 전도해 중·고등부 예배로 안내했는데 기존 주일학교 아이들이 경악하더라고요. 학교 일진들이 떼로 몰려 있으니까. 당장 주일학교에 자녀를 둔 집사·장로님들이 거부감을 나타냈고요.”
교회 내부의 반대에 부닥친 그는 2012년 아예 토요일 오후 7시로 예배시간을 옮겼다. 이른바 ‘양떼 예배’의 시작이었다. 3개월 만에 인원이 90명으로 늘었다. 교회의 우려도 커져갔다. 담뱃불로 교회 커튼을 태우거나 장로와 갈등을 빚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져서다. 매일이 가시방석 같았다. 그는 결국 얼마 못 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모임의 구심점인 예배가 없어지자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교회를 사임한 뒤에도 매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담배 피우거나 술에 취해 있는 청소년을 보면 무작정 말을 걸었어요. 배고파하면 밥을 사고, 힘들어하면 고민을 들어줬지요. 처음부터 복음을 전하진 않았어요. 그저 같이 고기 먹으며 곁에 있어 줬죠. 힘든 시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이 전도사가 2012년 이름없는교회에 청빙을 받고 신대방역 근처인 대방중앙교회에 예배공간을 마련하면서 ‘양떼 커뮤니티’ 사역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간 이 전도사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만난 거리의 아이들은 대략 120명 정도. 지역별로 3개 지부를 나눠 동료 전도사와 같이 양떼 아이들을 섬기고 있다. 1지부만 예배를 드리는 데 평균 40명 정도 참석한다. 이전처럼 토요일 오후 7시에 예배를 시작하지만 두 시간쯤 더 기다려야 아이들이 다 모인다.
이 전도사는 20분간 설교를 하고 2시간여 동안은 아이들과 같이 때늦은 저녁식사를 한다. 그에게 있어 식사는 매우 중요한 사역도구다. 특히 고기는 그와 양떼 아이들을 잇는 접촉점이다. 매일 자정 넘어 위기 청소년을 만나느라 1주일에 고기만 8번을 먹은 적도 있다. 최근엔 식사 자리가 더 늘어났다. 양떼 커뮤니티 안 ‘동성애 부서’를 조직한 그는 격주에 2∼3번씩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 식사를 하며 이들의 고민을 듣는다.
“위기 청소년 사역은 무조건적으로 계속 퍼줘야 해요. 맨땅에 물 붓듯 아무런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요. 결신자 수에 연연하면 이 사역을 결코 할 수 없어요. 저는 아이들이 단번에 바뀌는 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렵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만족해요.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올바른 아버지상’이 없는 친구들이 꽤 많거든요. 예수님께서 소망 없는 제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베푸셨듯이 저도 아이들에게 소망을 갖고 앞으로도 맡겨진 영혼을 위한 노력을 쏟아 부을 겁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나는야 양아치떼 이끄는 ‘양떼 전도사’… ‘양떼 커뮤니티’ 이요셉 전도사
입력 2016-01-15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