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작 드라마들 안방극장에 잇단 ‘노크’

입력 2016-01-15 04:03

올해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상반기에만 ‘치즈인더트랩’(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동네 변호사 조들호’ ‘국수의 신’이 드라마로 선택됐다. 만화의 인기와 작품성이 드라마에서도 재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치즈인더트랩은 지난 4일부터 tvN에서 방송 중이다. 순끼 작가가 쓴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과제에 치이고 취업 준비로 청춘을 즐길 틈 없이 바쁜 대학생들의 현실적인 생활을 그리는 작품이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주인공들의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와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10, 2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10년부터 연재가 시작돼 누적 조회수가 11억건에 이른다.

지난해 여름 이 만화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나왔을 무렵부터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캐스팅에 왈가왈부하는 팬들이 많아지자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기대보다 우려가 컸지만 지금까지는 긍정적 반응이 압도적이다. 원작의 색깔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빠른 전개, 젊은 배우들의 호연도 좋은 반응에 한몫하고 있다. 시청률도 5.7%로 케이블TV 월화드라마로는 역대 최고다.

3월에는 두 편의 만화 원작 드라마가 방송된다. 순정만화 고전으로 꼽히는 황미나 작가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MBC)은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했다. 이진욱, 문채원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KBS)는 휴먼 법정 드라마로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2011년 ‘싸인’ 이후 5년 만에 드라마 복귀다.

‘야왕’ ‘대물’ ‘쩐의 전쟁’ 등으로 인기를 얻었던 박인권 작가의 만화도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국수의 신’이다. 현재 캐스팅이 진행 중이다.

작품성이 검증됐고 팬층이 두텁게 확보됐다는 점에서 방송가에서는 만화의 드라마화를 선호한다. 특히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tvN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 원작 드라마 제작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방송가 안팎에서는 “방송사들이 쉬운 선택만 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만화 원작 드라마들이 대체로 원작을 뛰어넘지 못하거나 저조한 시청률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도 비판 목소리를 거들었다.

그럼에도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드라마 PD는 14일 “작년에 실패한 드라마들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싱크로율에 집착하지 않고 원작에 대한 부담을 떨쳐서 드라마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