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된 1번 환자 34시간 동안 검사 못받아

입력 2016-01-14 21:34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1번 환자가 최초 신고 후 34시간이나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메르스 파동은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대형 인재(人災)임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감사원은 14일 발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 감사 결과에서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의 해임을 비롯해 질병관리본부(질본) 12명, 보건복지부 2명, 보건소 2명 등 16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사퇴하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옮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질본은 지난해 5월 18일 서울 강남구보건소로부터 1번 환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바레인은 메르스 발병국이 아니며 낙타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진단 검사를 거부하고 신고 철회를 요청했다. 결국 1번 환자는 최초 신고 후 34시간이 지나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또 그가 평택성모병원 채혈실 등에서 197명과 접촉한 사실을 알고도 방역망을 그가 입원한 입원실로 한정했다. 그 결과 이들 중에서 17번 환자 등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16명이 격리되지 않은 채 삼성서울병원 등으로 이동하면서 서울발(發) 대규모 3차 감염이 확산됐다.

각각 5월 29일과 6월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42번 환자와 35번 환자에 대해서도 확진 일자를 각각 6월 4일과 6월 5일로 허위로 발표해 국민 불신을 초래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메르스 지침을 작성하면서 관리 대상을 환자와 2m 거리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로 한정하면서 1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 등 48명이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는 등 정부 오판이 거듭됐다.

삼성서울병원은 5월 31일 678명의 접촉자 명단을 작성하고도 정부엔 117명만 제출했다. 나머지 561명은 이틀이 지나서야 새로 정부에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이 탓에 추적조사와 능동검사가 불가능해지면서 12명의 4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적정한 제재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