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도시에 부는 정치바람… 대구 ‘新맹주’ 싸움·광주 ‘野 재편’ 요동

입력 2016-01-15 03:26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정치 일번지’ 대구와 광주가 술렁이고 있다. ‘야권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는 야권 재편의 핵(核)으로 떠올랐고,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는 ‘대구·경북(TK) 신(新) 맹주’ 대결로 뜨거워지고 있다. 두 지역 민심은 선거 때마다 전략적 선택으로 정국의 물줄기를 바꿔놨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우선 광주에선 민심의 변화에 따른 ‘강제적’ 야권 재편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전 의원을 꺾은 게 단초였다. 이 결과는 ‘현재 야권으론 총선뿐 아니라 대선도 어렵다’는 지역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고, 이후 ‘반(反)문재인’ 여론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기폭제로 광주 지역 더민주 현역들의 탈당 러시도 가속화됐다. 안 의원 탈당 전 광주 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더민주 소속이었지만 14일 현재 2명뿐이다. 박혜자 의원도 탈당을 고려 중이어서 더민주 소속은 강기정 의원 1명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야권 내 신당 세력 모두 광주를 중심으로 세 확장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광주 민심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면 대구 민심은 고민 중이다.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 이후 대구에선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대 친 유승민’의 대결 구도가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진박 마케팅’이 주춤하면서 ‘유승민 대 최경환’의 TK 신 맹주 싸움 성격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대정신연구소가 지난 12일 대구 동을에서 새누리당 총선 후보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유승민 의원을 택한 답은 55.9%로 진박을 자처하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36.5%)보다 19.4% 포인트 높았다. ‘배신의 정치 심판론’이 비등하던 지난해 9월 조사 때 유 의원과 이 전 구청장의 격차가 9.8% 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상훈 류성걸 김희국 의원 등도 상대 후보에 앞서거나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대구 물갈이론이 주춤한 것은 진박 마케팅에 대한 민심의 경고 성격도 있지만 대구 민심이 ‘포스트 박근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친박계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최경환 의원도 경제부총리 퇴임 이후 당내 중진·초선·재선 의원들과 잇따라 국회 복귀 만찬 회동을 가지면서 세(勢)를 과시했다. 특히 대구 공천 혈투를 진두지휘할 최 의원의 복귀와 맞물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현 정부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도 대구 지역 출마에 나서면서 ‘진박 대구 재배치론’도 불거지고 있다. 최 의원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달 말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날 예정이다.

한장희 임성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