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괴력이 무섭긴 하지만 때로는 안쓰러워 보였다.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 주포 그로저(사진) 얘기다.
그로저는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에서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공격 점유율이 무려 93.3%에 달했다. 리시브가 되기만 하면 삼성화재의 토스는 웬만하면 그를 향했다. 양팀 최다인 36점을 올리며 승리를 주도했지만 그는 경기 전부터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독일 대표팀 공격수이기도한 그로저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럽 예선전 참가를 위해 지난달 30일 출국했다. 6∼11일까지 펼쳐진 예선전 5경기에 뛰고 12일 귀국한 뒤 이튿날 우리카드전에 출전했다. 8일간 6경기를 치르는 초강행군을 펼친 것이다. 피로가 쌓여있고 시차적응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점프력은 떨어졌고 공격 범실이 잦았다. 타점이 떨어지니 상대 블로킹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부터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4세트에서 12점을 올리더니 마지막 5세트에는 홀로 8점을 폭발시키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경기 후 그는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선수로서 당연히 경기는 뛰어야 한다. 이것이 내 직업이기 때문”이라며 프로선수로서의 직업의식을 드러냈다.
삼성화재가 이처럼 그로저에게 무리한 경기를 요구하는 것은 팀내 토종 선수들의 공격력으로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우리카드전에서 최귀엽, 류윤식, 고준용 등 3명의 토종 공격수가 거둔 점수는 19점으로 이선규, 지태환 2명의 센터가 기록한 득점(21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패색이 짙어가던 경기에서 간신히 역전승했지만 삼성화재가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이유다. 오는 17일 KB손해보험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삼성화재는 그로저의 체력관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임도헌 감독은 “그로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국내 선수들이 제 위치에서 더욱 분발해야 한다”면서 “그로저의 체력안배에 신경을 쓰면서 KB손해보험전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그로저는 역시 괴물이었다… 삼성화재, 우리카드전 5세트 공격 93.3% 점유
입력 2016-01-14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