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그린 ‘빨래’… 中 관객도 감동에 흠뻑

입력 2016-01-14 20:26
한국 창작뮤지컬 ‘빨래’가 13일 오후 중국 상하이 드라마틱 아트센터(SADC)의 D6 스튜디오에서 첫 공연을 하고 있다. ‘빨래’는 한국 배우들의 오리지널 버전 공연 이후 올해 하반기 중국 배우들이 라이선스 버전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클리어씨 홀딩스 제공

한국의 소극장 창작뮤지컬 ‘빨래’가 중국에서도 갈채를 받았다.

13일 오후 상하이 소재 국립극단인 ‘상하이 드라마틱 아트센터(SADC)’ D6 스튜디오에서 ‘빨래’(추민주 작·민찬홍 작곡)가 중국 클리어씨(ClearSea) 홀딩스 초청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 하반기 중국 배우들이 연기하는 라이선스 공연에 앞서 한국 배우들이 열연한 오리지널 버전을 먼저 소개한 것이다. 라이선스 공연은 추민주 연출로 올라가며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배우들에 대한 오디션이 치러지고 있다.

‘빨래’는 자체 기획공연이 주를 이루면서 대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SADC에서 17일까지 5일간 6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티켓 가격은 280위안(5만원)∼580위안(약 10만원). 상하이에서 소극장 연극의 평균 티켓 가격이 200위안(3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1, 2회는 매진됐고, 3회는 좌석의 85% 이상 팔리는 등 티켓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빨래’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점 비정규직 직원 나영,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반신불수 딸을 돌보는 주인할매, 동대문시장에서 옷장사하는 희정엄마 등 소시민의 일상과 사랑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중국 관객들은 한국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선배를 부당 해고한 악덕 사장에 항의하다 징계받는 나영을 보면서 함께 분노했고, 마흔 살이 넘도록 기저귀를 차는 딸을 방에 숨긴 채 돌보는 주인할매에 공감해 눈물을 흘렸다.

특히 중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의 공연 담당 기자들이 다수 참석해 호평을 쏟아냈다. 상하이 대표신문인 신민만보의 저우광 수석기자는 “우리 이웃의 삶을 생생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 정말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베이징신보 허루루 기자는 “중국 관객들이 한국 드라마에 친숙한 만큼 ‘빨래’도 조금만 입소문이 나면 큰 인기를 얻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05년 초연돼 한국 소극장 창작뮤지컬 붐을 일으킨 ‘빨래’는 서울 대학로에서 11년째 장기 공연 중이다. 200∼300석 규모 소극장에서 3000회 넘게 공연되며 5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일본에도 라이선스가 판매돼 2012년 도쿄와 오사카에서 추민주 연출로 공연됐고 지난해에는 도쿄 오사카 교토 나고야 등 10여개 도시 투어가 이뤄졌다. 일본에서 공연됐을 때 한국 뮤지컬로는 처음 요미우리신문에 리뷰가 실렸으며 이듬해 뮤지컬 전문잡지 ‘뮤지컬’이 선정한 ‘2012 뮤지컬 베스트 10’의 6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클리어씨 홀딩스는 광고 제작과 호텔 분야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초 공연 제작사 용마사를 인수하면서 뮤지컬 제작에 본격 나섰다. 야오이 대표는 “‘빨래’를 봤던 직원들의 추천으로 지난해 초 서울에 보러 왔었다. 음악과 스토리가 훌륭해 중국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배우들의 장점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상하이=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