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골 문창진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입력 2016-01-14 20:58
올림픽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문창진이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 SC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20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문창진은 후반 3분엔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삼벨 바바얀 감독은 한국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월한 체격으로 승부를 걸겠다.” 하지만 판단 착오였다. ‘골리앗’ 우즈베키스탄은 키 170㎝, 몸무게 63㎏의 ‘다윗’ 문창진(23·포항 스틸러스)에게 두 차례 돌팔매를 맞고 쓰러졌다.

문창진은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 SC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혼자 두 골을 넣어 한국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우리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 무패 기록을 30경기(22승8무)로 늘렸다. 1승(승점 3·골득실 +1)을 수확한 한국은 예멘(1패)을 2대 0으로 꺾은 이라크(승점 3·골득실 +2)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조 2위에 자리 잡았다. 한국은 16일 오후 10시 30분 1차전에서 이라크에 0대 2로 패한 예멘을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전반 18분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우즈베키스탄의 왼쪽 페널티지역을 뚫고 들어간 뒤 크로스를 올리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했다. 키커로 나선 문창진은 골문 정면으로 볼을 차 그물을 흔들었다. 문창진은 후반 3분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찔러 준 땅볼 크로스를 골지역 오른쪽 사각지대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넣었다.

문창진은 공격형 미드필더치곤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강심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과감하게 골문 정면으로 페널티킥을 날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창진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했으며, U-23 대표팀이 출범한 2014년부터 리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는 지난해 7월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당초 회복에 6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재활 기간이 길어졌고 결국 지난해 1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 선발되지 않았다. 서귀포, 울산으로 이어진 전지훈련을 소화하던 문창진은 최종 엔트리 합류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문창진을 도하로 데려갔고, 그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문창진은 경기 후 “(재활 기간인) 5개월간의 아픔이 녹았다”며 “이 대회만 준비하고 기다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골을 넣으니 그 아픔도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이제는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포항제철고 후배인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자신이 키커로 나선 이유에 대해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직접 차면 흥분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찼다”며 “고등학교에서 같이 뛴 적은 없지만 학교의 경기 스타일에 익숙하다보니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태용호’의 막내 황희찬은 매 경기 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한국의 두 골에 모두 관여하며 문창진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움직이는 상태에서 공을 잡아 상대 수비를 파헤치는 움직임과 몸싸움 기술이 돋보였다. 황희찬은 지난해 10월 호주와의 두 차례 친선경기를 앞두고 처음 신태용호에 합류한 뒤 두 경기 만에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1년 사이 큰 발전을 이룬 황희찬이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보여 줄지도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