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3> 겨울과 어린이

입력 2016-01-14 17:27
피에로와 루돌프. 필자 제공

축제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다. 3∼4월 봄 축제가 시작될 때까지 조용하다가 5월부터는 봇물 터지듯 전국에 축제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늦가을까지 이어지다 12월이 되면 축제도 겨울잠을 잔다. 지금이 곧 비수기다.

몇 해 전 이 즈음.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의외의 사실에 놀란 적이 있었다. 겨울철 북유럽 어린이들의 생기 넘치는 문화생활 때문이다. 북유럽의 겨울은 낮이 고작 2시간 남짓이다. 그것도 날씨가 좋을 때만 그렇고 북극선 주변 도시에서는 일주일 동안 한번도 낮이 찾아오지 않았다.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어둠의 계절을 어린이들이 어찌 버틸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겨울철 어린이를 위한 실내 문화축제와 공연물, 각종 이벤트가 넘쳐났다. 외지인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축제들은 아니지만 장르도 다양하고 객석 반응도 좋았다.

빨간 코의 피에로가 축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몸은 완전히 객석으로 기울어졌고 눈보라 치는 장면에서는 푸르게 빛나는 아이들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연극이 끝난 후에도 인근 건물에서는 예쁜 강아지 선발대회, 어린이 요리교실, 연극교실 등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졌고 이동하는 곳마다 또 다른 공연정보들이 쉴 새 없이 뿌려지고 있었다. 북유럽의 겨울이라는 게 어찌 보면 긴 비수기를 맞는 셈인데,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겨울을 선물하는 것 같아 적잖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한국에도 이를 뛰어넘는 훌륭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말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예술을 많이 보여주자는 취지로 개최되는 거의 유일한 겨울철 어린이 예술축제다. 가격도 적당하고 관객 반응도 좋은데 좀 더 알려지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가 부족한 나라에서 요즘 같은 겨울을 어린이를 위해 고민하면 어떨까. 어차피 여름엔 온갖 야외축제가 넘쳐나니 겨울 비수기를 어린이 예술활동의 성수기로 만들면 좋겠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