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자주 분실되니까 등기로 부쳐야 해.” 언젠가 내가 보낸 책을 못 받은 선배가 했던 말이다. 우체국에 갈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러나 등기가 아닌 소포는 연락처를 기입하는 것 같은 몇 가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요금도 싸다. 결국 보통 소포로 책을 보낸다. 우체국에서 나오면서 뒤늦게 불안해진다. 이번에도 책이 제대로 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문득 궁금하다. 받을 사람이 받지 못한 책들은 어디로 가는가.
오래 전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일이다. 달리는 자동차 뒷좌석에 혼자 앉아 있다가, 심심해서, 양말 한 짝을 벗어 창밖으로 내밀어 봤던 모양이다. 아이가 갑자기 비명을 질러서 뒤돌아봤더니 양말이 바람에 날아갔다고 했다. 아이는 오랫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좋아하는 공룡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양말이었을 것이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양말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아이는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것은 목적과 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잃어버리는 것들도 많다. 바람 속으로 휘발해버린 봄날의 분홍 꽃잎들, 간절히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던 고백들, 영원히 변하지 않으리라고 기침처럼 함부로 내뱉었던 맹세들. 잃어버린 모든 것들은 원래 그 자리에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탄생과 소멸은 목격되지 않는다. 나는 상상한다. 받을 사람이 받지 못한 책은 붉은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어느 여인의 손가락 아래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공룡이 그려진 귀여운 양말은 새끼를 낳기 위해 새집을 짓고 있는 제비나 까치들이 물고 갔을 것이라고.
부끄럽게도 평생 지갑을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 이름과 나이를 잃어버린 적도 없다. 그러나 나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기억은 잃었다. 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 알지 못한다. 언젠가 나는 나를 잃어버릴 것이다. 잃어버린 모든 것들은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영원하다.
부희령(소설가)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잃어버린 모든 것들
입력 2016-01-14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