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광식이 서른셋의 나이로 숨진 가수 김광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이 비슷한 두 사람이 철학을 매개로 만났지만 거대 담론보다는 ‘행복을 위한 철학 콘서트’를 들려준다. 지난 6일은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거리에서’ ‘서른 즈음에’ 등을 불렀던 그의 노래는 우리 삶의 아픔과 슬픔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저자가 김광석에게 끌리게 된 이유는 그의 노래가 슬프기 때문이란다. 슬퍼서 오히려 마음속 슬픔을 가라앉힌다는 것이다. 슬픔이 슬픔을 치유한다는 얘기다. 아픈 마음을 엮고 푸는 씨줄과 날줄이 감성과 이성이며 이는 곧 노래와 철학이라고 설명한다. 철학은 이성으로 아픈 마음을 헤아려주고 노래는 감성으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철학에 비유한 대목이 흥미롭다.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라고 할 만큼 절절한 사랑 속에서 ‘죽음’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하이데거를 만나고, 짧게 잘린 머리를 보고 마음까지 굳어지는 슬픔 속에서 ‘비판’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칸트를 만났으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를 남몰래 쓰는 슬픔 속에서는 ‘혁명’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마르크스를 만났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철학자 김광식이 ‘가수 김광석’을 이야기하다
입력 2016-01-14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