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 초반 대북 강력제재 방침을 천명한 이후 담화의 4분의 3가량을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절박한 ‘대국민 호소’에 할애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상당부분을 일자리 창출, 법안 처리 등 경제 활력을 위한 절절한 답변과 간곡한 당부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담화를 통해 정치문화 변화에 국민이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안보·경제 위기론’을 설파하며 여론 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특히 “저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전투복’ 또는 ‘경제활성화복’으로 불리는 붉은색 재킷을 입었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의지를 밝히는 신년기자회견 때나 담화 발표 때 주로 이 색의 재킷을 입어왔다.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는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31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진 기자 질의응답은 낮 12시9분까지 1시간8분 동안 열렸다.
원고지 50장 분량의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으로, 모두 38차례 나왔다. 이어 ‘경제’(34차례) ‘일자리’(22) ‘개혁’(21) ‘북한’(19) ‘국회’(17) ‘노동’(15) 순이었다.
담화문 9881자 가운데 북핵에 대한 내용은 2657자로 전체의 27%이다. 나머지 73%는 법안처리 촉구, 개혁 동참 당부 등이었다. 그동안 자주 등장하던 ‘통일’ 단어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대화’ ‘교류’ 표현도 사라졌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중요성을 강조할 때는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졌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한 한국노총에 대해선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을 설명하면서 “우리 선배들이 희생을 각오하며 보여준 애국심을 이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누고 서로 양보해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국회를 겨냥한 비판의 강도를 높일 때는 목소리 톤도 같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은 담화 뒤 질의응답에서 이른바 쟁점 법안 처리 지연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을 놓고 답답함과 절박함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걸 여러분께 한 번 질문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또 ‘규제완화’ 관련 질문에서도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고 언급하다 “어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금 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 참 (법을) 만들기도 겁난다”고 했다. 국회선진화법을 설명하면서 과거 폭력이 난무하던 국회를 ‘동물국회’로,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 19대 국회는 ‘식물국회’에 비유하기도 했다.
질의응답은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이 한번에 여러 개 질문을 던지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해요”라며 농담도 던졌다.
연단 뒤편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 3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등 수석 10명,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배석했다. 국무위원들은 이번엔 배석하지 않았다. 내외신 기자 110여명이 앉은 의자와 연단 사이 거리는 종전 3m에서 2m 정도로 한층 가까워졌다. 청와대는 기자회견장 전경을 국민에게 상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처음으로 레일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노동법 처리’ 당부 땐 고개 숙여… “어휴∼” 한숨도
입력 2016-01-13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