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으로 믿고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속빈 ‘깡통회사’였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기업사냥꾼 최모(48·수감 중)씨가 신주를 발행하며 가장납입(假裝納入)을 한 행위가 확인돼 다시 기소됐다. 이 회사는 최씨의 가장납입이 이뤄지고 이듬해 상장 폐지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많은 피해를 남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철희)는 최근 최씨를 상법위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 S사를 인수·운영하던 최씨는 2010년부터 S사 임원들과 함께 136억원을 빌려 신주를 찍어낸 뒤 은행에 낸 주식납입금을 곧바로 빼내 채권자들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가장납입을 한 혐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최씨가 ‘김태촌 양아들’ 충장OB파 행동대장 김모(43·수감 중)씨 등과 함께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하며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적발했다. 검찰은 최씨를 구속 기소했었다(국민일보 12월 28일자 10면 참조).
가장납입은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한 이후 곧바로 은행에 납부한 대금을 빼내는 행위다. 투자자로서는 실질적 자본금 확충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최씨는 빌린 돈으로 은행에 주식납입금을 낸 뒤 출자가 이뤄진 것처럼 상업등기를 마치고는 수일 안에 상당액을 인출, 변제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2010년 3월에는 조모씨로부터 96억여원을 빌려 신주 13만여주를 발행했고, 다음 날에 95억원어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급받아 조씨에게 돌려줬다.
주금 대부분의 처분권이 조씨에게 넘어간 셈이지만 최씨는 이날 “전액이 입금됐다”는 취지로 법원에 주금 보관증명서 등을 제출해 S사의 자본총액을 허위로 기재했다. 그는 같은 해 6월에도 신주 발행을 위해 S사 대표이사와 함께 조씨 등으로부터 29억여원을 빌려 은행에 납부했다. 그러고는 3일 뒤 28억여원을 수표로 인출해 갚았다. 빌린 돈으로 주금 13억원을 납입하고 다음 날 인출해 돌려주면서 등기에는 자본금이 늘어난 것처럼 기재하는 일은 8월에도 반복됐다.
이런 탓에 서류상 자본금은 확충됐지만 실제로는 130억원대의 돈이 비게 됐다. 불법 경영은 결국 많은 주주들의 이익을 해쳤다. S사는 외부감사 회계법인이 재무제표 감사의견 제시를 거절하면서 2011년 3월 상장폐지됐다. 3500명 이상의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던 주식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돼 사라졌다.
2012년 3월 증권선물위원회는 S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해 2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7명을 고발 조치했다. 이때 최씨가 포함돼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최씨 등의 S사 가장납입을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최씨가 8건의 지명수배를 무릅쓰고 도피 생활을 이어간 탓에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최씨는 깃털이며, 숨은 몸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알짜기업인 줄 알았더니 ‘깡통회사’
입력 2016-01-13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