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한 대가 13일 서부전선 최전방 1사단 도라산 관측소(OP) 앞에 나타나 군이 경고사격을 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전단이 살포됐다. 지난 8일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뒤 방어용 방송으로 대응하던 북한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체(航體가) 군사분계선(MDL)을 수십m 넘어와 경고방송을 한 뒤 경고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무인기는 수초간 머물다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이 실시되자 곧바로 북쪽으로 돌아갔다. 군은 무인기를 조종하는 북한군이 듣도록 경고방송을 했고 이어 북쪽으로 기관총 20여발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북한이 무인기를 띄운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개시 이후 우리 군 배치 상황과 움직임을 정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군이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 북측 지역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것이 식별됐다. 경찰도 서울과 경기도 의정부, 동두천, 파주, 양평 등에서 북한군 전단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숲 인근 삼표레미콘 부지에서는 북한군 전단으로 추정되는 유인물 1000여장이 발견됐다.
북한군 전단은 가로 12㎝, 세로 4.5㎝ 크기 컬러 용지로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하여 북남관계 악화시킨 박근혜 패당 미친개 잡듯 때려잡자’ ‘전쟁 도화선에 불 다는 대북 심리전 방송 당장 그만두라’는 등 정부 비방과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군은 북한군이 임진각 북쪽에서 전단이 든 비닐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군은 2013년 말∼2014년 초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대남 전단을 살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수도권 지역에 대량으로 전단을 날려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군은 북한군 전단 살포에 대응해 대북 전단 살포 재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리전 효과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추가 방안으로 전단 살포가 고려되고 있다. 군은 2004년 6월 남북한이 선전활동 중단에 합의한 이후 대북 전단을 날려보내지 않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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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3 21:38 수정 2016-01-14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