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습니다. 자식에게 피해를 줄까 숨기고 살아왔습니다.”
부산에 사는 90대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온갖 고초를 당했다고 70년 만에 고백했다.
박선립(90) 할머니는 13일 부산 영도구 신선동주민센터에서 “그동안 자식들 때문에 차마 입을 못 열었지만 죽기 전에 꼭 털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스무 살 무렵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친구들과 놀다 일본 경찰에게 강제로 끌려가 오사카로 갔다고 했다. 그곳의 한 군부대에서 낮에는 청소와 설거지 등 잡일을 했고 밤에는 일본군을 상대하는 위안부 생활을 했다. 당시 말을 듣지 않으면 총과 군홧발로 구타 당하기 일쑤였고 일본말을 쓰도록 강요받았다. 그곳에는 자신 외에 많은 여자가 있었고 도망치다 걸려 죽도록 맞는 모습도 봤다.
4개월 남짓 일본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 사이 다행히 광복이 돼 일본에서 귀국선을 얻어 타고 부산으로 건너왔다. 결혼을 한 박 할머니는 행여 자식들한테 누가 될까봐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딸 외에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고 살았다.
박 할머니는 “위안부 협상도 끝났다고 해서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며 “막상 자식들과 동네 사람들 보기가 창피하지만 위안부로 끌려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도구 측은 할머니로부터 위안부 대상 등록신청서를 받아 위안부 인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피해가 접수되면 사실 여부를 밝히는 전문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부산 거주 90대 할머니, 70년 만의 고백 “나도 위안부로 끌려갔었다”
입력 2016-01-13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