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위기 상황서 ‘사드’ 언급… 무게감 실려

입력 2016-01-13 20:53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원칙은 우리 정부의 기존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시점이 시점인 만큼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하는 4차 핵실험을 행했고, 이를 통해 핵무장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음이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필요성을 충족시킬 만한 안보 위기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원칙적 입장표명이 이런 현실 논리와 어우러지면서 “경우에 따라선 강력한 대북 압박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오로지 국익과 안보 필요성에 따라서만 배치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사드 배치도 주한미군에 의해 진행되는 사안이지 우리 군이 직접 배치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압박해 오고,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력 반대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충분히 감안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간접 메시지 성격도 갖고 있다. 한·중 정상이 수차례 회담을 가질 때마다 강조해온 ‘북핵 불용’ 입장을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는 점을 말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은) 확고한 자세로 절대로 핵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며 “여태까지 그렇게 확실한 의지를 보여준 대로, 공언해온 대로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금융, 무역 등 새로운 다양한 조치들을 포함시켜 이번에는 (북한을) 정말 아프게, 변화할 수밖에 없게 하지 않는다면 다 소용없는 것”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 “북핵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해 왔다” 등의 표현도 썼다.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국제사회의 시각 속에서도 취임 이후 3년간 한·중 관계에 공을 들여온 만큼 이제는 중국이 답해야 할 시기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국제사회의 ‘뼈아픈 대북 제재’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유엔 안보리 차원뿐 아니라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를 취하기 위해 미국 등 우방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은 이전과는 달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금융, 무역 등 새롭고 다양한 조치’는 북한의 돈줄을 틀어막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전술핵 등 이른바 ‘핵무장론’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전술핵을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