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 이모씨는 2006년 위암 1기 판정을 받아 위를 3분의 2쯤 잘라냈다. 수술 후 줄어든 위 때문에 예전처럼 먹지 못했다. 한 달 뒤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 이씨는 암 수술 환자의 식사 3원칙인 ‘조금씩, 자주, 천천히’를 철저히 따랐다.
그러자 6개월 뒤부터 체중이 불기 시작해 1년 후 수술 전 몸무게(58㎏)를 되찾았다. 이달 정기검진에선 몸무게가 79㎏으로 늘었다. 이씨의 키가 167.6㎝인 점을 감안한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는 28.15다. 과체중에 해당한다.
이처럼 적당히 살찐 위암 환자가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뚱뚱한 사람이 장수한다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 위암에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박재명·송교영 교수팀은 2000년부터 8년간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1905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전후 모두 BMI 과체중군(25 이상)이 저체중군(18.5 미만) 혹은 정상체중군(18.5∼24.9)에 비해 5년 생존율이 높았다고 13일 밝혔다.
수술 전 BMI에 따른 5년 생존율은 과체중군 84.7%, 정상체중군 74.2%, 저체중군 69.1%였다. 수술 1년 후 체중이 확인된 1418명의 5년 생존율은 과체중군 93.6%, 정상체중군 83.6%, 저체중군 67.5%였다. 수술 후 BMI가 생존율에 더 큰 영향을 줬음을 보여준다. 반면 저체중군은 수술 후 생존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송 교수는 “위암 환자는 수술 후 영양학적 요구량이 많고, BMI가 높으면 특정 호르몬이나 효소 등의 발현이 향상돼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암 환자는 수술 전후 적극적인 영양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암학회 공식저널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위암 환자 생존율, 과체중일 때 높다
입력 2016-01-13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