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7시간 만에 212쪽 저술’ 루마니아 범죄자 집필 능력의 비밀

입력 2016-01-13 21:17
루마니아에는 수감자가 옥중에서 문학이나 과학 등에 관한 책을 출간하면 형기를 줄여주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을 악용해 수감자가 유령작가를 고용해 무더기로 책을 낸 정황들이 포착돼 루마니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A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마니아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저서 출판으로 감형을 받은 수감자 중 유령작가를 고용한 사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한 수감자는 인터넷이나 참고서적도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서 7시간 만에 212쪽짜리 책 한 권을 써냈다. 검찰은 “대학교수나 출판사들이 몰래 수감자들의 출판을 도왔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루마니아 국가교정부에 따르면 2013∼2015년 수감자 188명이 총 400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2014년 90권 수준이던 집필 건수는 지난해 340권까지 껑충 뛰었다고 BBC는 전했다. 전직 총리, 축구팀 구단주 등 3명도 감옥에서 책을 내 각각 30일씩 감형 혜택을 누렸다. 특히 2014년 자금세탁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정치인 댄 보이쿨레스쿠(70)는 투옥 후 출판한 책 10권 중 7권을 동시에 집필하기도 했다.

제도가 주로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이 문필 재능을 활용해 감형을 받는 ‘편법’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랄루카 프루나 법무부 장관은 국가 긴급명령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옥중 출판에 대한 감형 시행은 판사의 재량이며, 집필부터 편집·인쇄 등 전 과정을 홀로 다하는 ‘자가출판’은 감형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