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용기

입력 2016-01-13 18:14

1년 반 동안 캐나다 밴쿠버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14개국, 1만7000㎞를 달린 영국인 제이미 램지(36). 지난 10일 대장정을 끝낸 그는 하루 평균 45㎞를 뛰었고, 17켤레의 운동화를 갈아 신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었다.” 그가 달린 이유다. 뛰면서 모금한 3000만원 전액을 자선단체와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금융정보업계에서 안락한 생활을 즐기던 30대 중반의 사나이가 ‘뭔가 세상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상을 멈추고 다른 일을 시작한 자체가 대단한 용기다.

지난 연말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투에서 또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전·현직 군인 4인조가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한 사람은 두 발을, 나머지 세 사람은 한 발을 잃었다. 서아프리카에서 북중미 카리브해까지 ‘세상에서 가장 거친 조정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길이 7.5m 배를 타고 2시간씩 교대로 오로지 노만 저어 4800㎞ 대서양을 횡단한다. 50여일쯤 걸린다. 네 사람은 “불운을 겪었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극복하고 살 수 있는 용기를 얻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다고 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라지만, 이미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재조명된 고 백준호 대원은 죽을 줄 알면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올라갔다. 그 어떤 단어로도 생명까지 내준 의리와 용기를 완전히 표현할 수 없다.

경제가 어렵고, 취직도 힘들고, 수저계급론까지 나오는 각박한 세상이 돼버렸다. 그래서 누구나 ‘힐링’이 필요하다고, 모두 다 위로받아야 한다고들 한다. 대부분이 약자이고, 을이 돼버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용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달리고, 용기를 얻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고, 동료를 위해 생명까지 내놓는 이들은 진짜 이 시대의 용기 있는 영웅들이다. 세상 속 곳곳에 있는 이런 평범한 영웅들의 용기가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굳게 믿는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