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hell 朝鮮)’ ‘수저론’ ‘노오력’ 등 양극화를 날카롭게 풍자한 단어들이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세태를 반영한 어떤 단어들이 회자됐을까.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12일(현지시간) 독일 ‘올해의 그릇된 유행어’ 선정위원회가 지난해의 나쁜 유행어로 ‘착한 사람(Gutmensch)’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말은 원래의 긍정적 의미보다는 ‘좀 심하게 착하다’는 비아냥거리는 투로 쓰였는데, 주로 난민 반대론자들이 난민을 적극 돕는 이들을 비난할 때 쓰던 표현이다. 지난달 독일어협회도 ‘난민들’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유행한 말로 ‘고스팅(ghosting)’을 선정했다. 사람이 갑자기 유령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로 소셜미디어 등에서 계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연인 관계를 갑자기 끊고 일방적으로 사라지는 상황을 말한다. 할리우드 여배우인 샤를리즈 테론이 과거 연인이던 배우 숀 펜과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탄 적이 있다며 고스팅이라는 표현을 쓴 뒤부터 크게 유행했다. 직접 만나 헤어지는 불편함이나 어색한 상황을 기피하는 세대의 냉혹한 관계청산 세태를 반영한다.
미국방언학회(ADS)는 지난 8일 연례총회에서 3인칭 복수형인 영어 ‘그들(they)’이 그(he) 그녀(she) 대용으로 1인칭 단수형으로 쓰인다며 이를 2015년의 단어로 꼽았다. 가령 ‘Everyone wants his∼’ 대신 ‘Everyone wants their∼’로 쓰는 식이다. 남성·여성 대명사나 소유격 대신 성 중립적 언어를 쓰려는 새로운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착한 사람’ 獨 2015년 나쁜 유행어
입력 2016-01-13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