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日本 경제 침체… 문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입력 2016-01-15 04:02
저자 모타니 고스케
한국이 일본이 겪은 장기불황으로 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은 1990년대 이후의 일본 경제를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하면서 일본 디플레이션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보여준다. 저자 모타니 고스케(52)는 금융기관과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해온 분석가로 지난해 국내 번역돼 주목 받은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거쳤으며, 중국의 부상 등에 힘입어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2000년대 초반 호경기로 전환됐다. 저자는 이 시기의 경제 통계를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거품경제 붕괴기’였던 1990년대 전반에 개인소득과 소매판매액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후 최장의 호경기’라는 2000년대 초 개인 소비와 물건 소비의 침체가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불황기에 소득과 소비가 오히려 늘었고, 호황이 이어지는데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그동안 익숙했던 경기 이론과는 맞지 않는다. 경기 이외의 다른 요인이 소득이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여기서 인구라는 변수를 꺼내든다. 인구론으로 경제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새롭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 책은 인구 중에서도 ‘생산가능인구’ 또는 ‘현역세대’라고 불리는 ‘15∼64세 인구’에 초점을 맞춘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5년 동안 일본의 완전실업자는 191만명에서 288만명으로 증가했다. 다들 이 수치만 본다. 그러나 저자는 이 기간 취업자수가 246만명 증가한 사실에 주목한다. 경기는 안 좋았어도 취업자수의 증가가 있었기 때문에 1990년대 전반의 소득·소비 증가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2003∼2006년 일본 수도권(도쿄도, 지바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등 1도3현)에서 개인소득 증가는 명확하다. 그런데 어째서 이것이 물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것일까? 더구나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수도권 인구는 106만명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인구의 연령이다. 이 106만명의 증가는 ‘15∼64세’ ‘0∼14세’ ‘65세 이상’ 중 어디에서 증가했을까? ‘15∼64세’는 7만명 감소했다. ‘0∼14세’는 6만명 감소. 답은 ‘65세 이상’에 있다. ‘65세 이상’ 인구만 118만명 증가했다.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는 수도권에서조차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으며, 그것이 소비 침체의 원인이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일본에서 현역세대가 유일하게 증가하는 곳이 있다. 오키나와가 그렇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개인소득과 소매판매액이 가장 늘어난 곳이 바로 오키나와다. 어째서 오키나와만 경제가 호조일까? 저자의 대답은 간단한다. “아직 현역세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경제를 움직인다”는 저자의 관점은 “경기대책을 잘 세워서 이 파도만 넘기면, 인구구조가 어떻게 성숙화되더라도 경제는 다시 성장한다”는 오랜 신념을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 또 “취업자수는 경기와 크게 연동된다” “실업과 취업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좋은 산업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일본의 생존은 제조기술의 혁신에 달려 있다” 등의 오랜 믿음을 의심하게 한다.

저자는 고용증감의 원인은 경기가 아니라 생산가능인구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호경기의 파도로 증가한 취업자수보다도 인구의 파도로 증가한 취업자수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1965∼1970년이 한 예가 된다. 이 시기 일본에서 생산가능인구가 693만명이나 증가했고, 이에 비례해 취업자수도 463만명 증가했다. 저자는 “1960년대는 졸업해서 사회인이 된 학생들의 수가 최고로 많은 시대였다”면서 “그들의 압도적 다수는 젊은 에너지를 불살라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 먹고살기 위해 노력해서… 어딘가의 어떤 직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조금이라도 둔화시키자.” 이 책은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할 목표가 인구, 특히 일하고 소비하는 인구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5∼2015년 10년을 전망할 때 상황은 더욱 위협적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1940년대 후반 출생자들인 ‘단카이 세대’가 이 시기에 ‘65세 이상’ 구간으로 일제히 몰려든다. 예측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이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45% 증가하고, ‘15∼64세’ 인구는 6% 줄어들 전망이다.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출생률 증가나 외국인노동자 수용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저자는 고령부유층에서 젊은 세대로의 소득 이전 촉진, 여성취업의 촉진과 여성경영자의 증가, 방일 외국인관광객 및 단기 체류자의 증가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