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독서, 인테리어 같은 취미가 TV로 들어왔다. 소재만 놓고 보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과거에는 주로 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것들이 지금은 예능을 입고 TV 전면에 나섰다. 예능에서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배우고, 나누고, 즐기는 것들이 다시 온라인 등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TV와 온라인을 통한 취미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예능 소재는 인테리어다. 지난 몇 년 동안 20∼40대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셀프 인테리어가 TV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집방’(인테리어 방송)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 방의 품격’(tvN·위 사진)과 ‘헌집 줄게 새집 다오’(JTBC)가 대표적이다.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방송 내용이 적잖이 회자된다.
‘내 방의 품격’은 특히 ‘5만원으로 우드락 파벽돌 만드는 방법’ 등 적은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는 등 생활밀착형 방송을 택했다. 진행을 맡은 노홍철 오상진 박건형 김준현은 모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방송 곳곳에 개인 경험담이 곁들여지면서 재미를 더한다.
쿡방은 시청자들에게 요리라는 취미를 안겨주고 있다. ‘집밥 백선생’ ‘수요 미식회’(이상 tvN) ‘냉장고를 부탁해’(JTBC·가운데) 등에 나온 요리 레시피는 즉각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공유된다. 요리에 관심 있는 이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만능간장, 밀푀유 나베 등을 직접 해보는 식이다.
고전적인 취미인 독서도 예능에 들어왔다. ‘비밀독서단’(OtvN·아래)은 단순히 책 소개나 독서 권장에 그치지 않는다. MC나 게스트의 ‘사적인 독서 경험담’이 많이 나온다.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고, 책에 얽힌 배경 이야기를 듣고, 아껴뒀던 책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비밀독서단’에서 언급된 책들은 뒤늦게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판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방송들의 공통점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요리사, 인테리어 전문가, 작가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권위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입담을 과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예능 PD는 13일 “전문적인 분야를 예능 소재로 삼는 일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예능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개그맨이나 방송인도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이 (방송 출연에) 더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요리·독서 이어 인테리어 깨알 정보까지… TV ‘취미 도우미’로 확장 중
입력 2016-01-13 18:59 수정 2016-01-13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