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담장에 성화 그린 은진교회 한경수 장로 “전주 한옥마을 새 명소… 24시간 전도지 역할해 보람”

입력 2016-01-13 19:31 수정 2016-01-13 20:45
전주시 완산구 은진교회 담장에 그려진 ‘예수님의 승천’ 장면(막 16:19)을 노사무엘 목사(왼쪽)와 한경수 장로가 설명하고 있다.
은진교회 담장에 그려진 성경 벽화.
전북 전주시 완산구 마당재2길. 왕복 2차로를 지나는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신호등 때문이 아니다. 은진교회(노사무엘 목사) 담장에 그려진 아홉 폭의 벽화를 보느라 그렇다. 지난 10일 찾아간 이곳엔 별을 보며 따라가는 동방박사부터 아기예수의 탄생, 십자가 고난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한경수(77) 장로의 작품이다.

은진교회에서 노사무엘 목사와 한 장로를 만나 벽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장로는 18세 때부터 40년 넘도록 영화 간판을 그려온 1세대 ‘간판장이’다. “해방직후 전주시내 유일의 극장이었던 도립전주극장의 간판부터 웬만한 영화 간판들은 다 제 손을 거쳤지요. IMF 이후에 작은 극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영화 간판이 실사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라는 걸 하게 됐지요.”

한 장로는 “하지만 그때부터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하나님을 위해 온전하게 쓰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은퇴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은퇴와 함께 내려놓을 뻔했던 붓을 다시 들고 성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 장로가 그린 성화는 부활절 성탄절 등 주요 절기마다 교회의 벽면을 채웠다.

지난해 여름 노사무엘 목사는 한 장로에게 “교회 담장을 아름다운 벽화로 채워 전도의 도구로 활용하면 어떨까요”라는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처음엔 “나이가 들어 손이 떨려서 붓 들기도 힘들다”며 고사했지만 주변 성도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그 어떤 그림을 그릴 때보다 열정을 쏟았다.

한 장로는 “구상하는 데만 열흘이 걸렸다”며 “성화 수백 장을 찾아보고 벽화의 원본을 축소판으로 제작한 뒤 그 그림을 손에 쥔 채 작업을 시작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본격적인 벽화 작업에는 꼬박 2주일이 걸렸다. 8월 중순의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새벽기도회를 마친 직후부터 출근길 정체가 시작되기 전까지 매일 3∼4시간을 벽화 그리기에 매진했다.

“마치 한계에 도전하는 듯했어요. 그런데 예수님이 구름을 타고 승천하시는 마지막 벽화를 그리고 나니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게 그려진 벽화는 전주 한옥마을로 향하는 관광객, 기린봉을 찾는 등산객, 출·퇴근하는 시민, 등·하교하는 학생, 인근 경로당 어르신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역의 또 하나의 명소이자 24시간 내내 복음을 전달하는 ‘전도지’가 됐다.

한 장로는 “주말이 되면 한옥마을을 찾는 차량이 줄을 지어 이동하는데 창문을 내리고 유심히 벽화를 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노 목사는 “담장뿐 아니라 교회의 어떤 일부라도 하나님을 알리고 복음을 전하는 데 쓰일 수만 있다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 목사가 한 장로에게 물었다. “장로님, 벽화가 2∼3년이면 변색이 되어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땐 천지창조를 담아보면 어떨까요?” “2∼3년 뒤에 제 손이 더 떨리지 않도록 목사님이 기도만 해주신다면 얼마든지요.”

전주=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