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년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 소녀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만 11세8개월의 유영(사진)은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03년 세웠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넘어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이러니하게도 김연아를 넘은 바로 그 다음날 유영은 태릉선수촌에서 짐을 빼야 했다.
유영은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에도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을 때와는 달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며 만 13세 미만 선수는 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대회 출전 자격이 만 13세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이 규정이 유영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유영은 국가대표가 되기 전으로 돌아갔다. 10년 전 김연아가 처했던 현실과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2005년 김연아는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훈련장을 찾아 메뚜기처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생활은 그 후로도 몇 년간 계속됐다.
사실 지금의 유영에게 필요한건 국가대표가 아닌,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것은 유영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했고 그곳에서 만난 선배들과의 시간도 값졌다.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서 우승하고도 같이 훈련했던 언니들과의 이별이 아쉬웠던 유영이었다. 유영은 현재 과천빙상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대관 시간이 들쭉날쭉 하지만 대안은 없다.
연맹은 부랴부랴 대안 찾기에 나섰다. 현재 각종 장학금 지원과 국가대표 후보군 편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경기위원회를 통해 유영 관련 안건을 다뤘다”며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타임아웃] 김연아 최연소 우승 기록 넘은 유영, 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못하나?
입력 2016-01-13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