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원로배우 박웅(77)과 중견배우 박준(44)이 그 주인공이다. 부자(父子) 배우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2인극 ‘수상한 수업’에서 연기를 배우려는 노교수와 연기를 가르치는 연출가로 나온다. 전무송과 전현아 부녀(父女) 배우가 여러 명 출연하는 무대에 오른 적은 있지만 부자 배우가 2인극에서 호흡을 맞추기는 처음이다.
연습이 한창인 두 배우를 12일 저녁 공연장에서 만났다. 아들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버지가 ‘같이 한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하시는 거예요. 한참동안 고민하다 나름 배울 게 있겠다 싶어 결심했지요. 발성과 화법을 제대로 하라고 매일 혼나고 있어요.”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박준은 연극 ‘오셀로’ ‘코뿔소’와 TV 드라마 ‘햇빛사냥’ ‘탐나는도다’에서 연기력을 뽐낸 실력파 배우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기획으로 올려진 무대인데 이번에 제가 제작까지 맡았어요. 2인극이어서 대사가 많고 집중력이 필요해요. 아들은 제가 대사를 까먹지 않을까, 저는 아들이 감정표현에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해요. 하지만 서로를 잘 아니까 호흡만 잘 맞추면 윈윈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한번 해도 괜찮겠다 싶었죠.”
동아방송 1기 성우로 입사한 박웅은 연극 ‘세빌리아의 이발사’, 드라마 ‘영웅시대’, 영화 ‘공공의 적 2’ 등을 오가며 50년째 활동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연극배우협회장을 역임한 그는 2013년 한국배우연합을 발족했다. 연극인, 영화인, 탤런트, 개그맨, 코미디언, 성우 등으로 나뉘어 있는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배우들의 위상과 권익을 높이자는 취지다.
‘수상한 수업’은 부장판사 출신의 법과대학 노교수가 연출가 유진원에게 연기를 가르쳐 달라며 그 대가로 5000만원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된다. 노교수의 배역은 딸을 극진히 사랑했던 ‘리어왕’이다. 노교수는 30년 전 납치범에게 딸을 잃은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노교수가 유진원에게 연기를 배우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뜻밖의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 형식의 연극이다.
노교수는 가끔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단어를 잘못 발음하기도 한다. 박웅은 “나이를 먹으니 극중 노교수처럼 옛날 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감정을 끌어올리는 대목에서는 굵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힘 있게 대사를 치는 것은 여전했다. 박준은 “혹시 대사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분위기에 맞게 즉흥적으로 하시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웅은 “이순재 신구 박근형 등 장수하는 배우들은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연극만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대학로에 로맨틱 코미디가 판치고 있는데 진한 부성애를 통해 관객들에게 정극의 참맛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유진원 역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드라마 ‘추노’, 영화 ‘최강 로맨스’ 등에 나온 김재만이 박준과 더블 캐스팅됐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단독] 2인극 ‘수상한 수업’ 공연하는 원로배우 박웅·박준 父子
입력 2016-01-13 19:02 수정 2016-01-13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