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인재 영입 전쟁이 치열하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국회의원 탈당이 줄을 잇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지난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병관 웹젠 대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영입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12일에는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에 오른 양향자씨 입당식을 치르면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여성 인재 1호로 영입된 김선현 차의대 미술치료대학교 교수는 논문 표절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그림 무단사용 논란이 제기되면서 입당 사흘 만에 자진 철회했다.
이에 뒤질세라 새누리당도 지난 6일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을 비롯해 변환봉 배승희 김태현 최진녕 변호사 등 30, 40대 6명을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2명은 당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서 인재 영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8일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 부장, 이승호 전 육본 작전처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등 5명의 입당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3명은 영입 발표 3시간도 되지 않아 취소하는, 참사에 가까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정당의 기본적 역할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훌륭한 인물을 발굴해 수혈하는 것은 정당을 위해서나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어떤 인물을 어떤 절차를 거쳐 영입하느냐에 있다.
무엇보다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신의 정당과 이념적·정책적 지향을 같이하는 인물을 모셔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민의 높아진 도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 영입은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도덕성이 중요한 것은 공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깨끗하게 살았다는 것, 예컨대 사익을 위해 공적 기준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을 위해 헌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개인적 치부를 위해 법을 어긴 사람들이 애국심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도덕적인 인물이 정치인으로서 유능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익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전문성은 국회의원이 갖추어야 할 또 다른 덕목이다. 360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과 방대한 행정부 업무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장점은 단순히 해당 영역의 문제를 잘 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영역의 주요 행위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충돌하는 쟁투장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여야 간 대립이 격렬한 한국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식견과 함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종편의 싸움꾼’을 영입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국회를 위해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정당이 갖고 있는 이념적·정책적 차이가 중요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당 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의회정치의 본질이다. 정치인이 확고한 이념적 지향을 갖는 것은 기본 요건이긴 하지만 대화를 통해 양보하고 협력하는 것은 더 중요한 미덕이다.
선거정치의 특성상 유명 인사를 모셔야 하는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적어도 공익을 중시하는 도덕적인 인물, 그리고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지 않는 귀가 큰 인물을 찾아야 한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시사풍향계-최영진] 인재 영입의 조건
입력 2016-01-13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