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도심 관광지서 자살폭탄테러] 관광객 몰리는 곳 ‘타깃’… IS 소행 가능성에 무게

입력 2016-01-12 21:44 수정 2016-01-13 00:45
터키 이스탄불의 술탄아흐메트 광장에서 12일(현지시간) 오전 10시20분쯤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구급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 폭발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한국인 관광객 1명을 포함해 15명이 부상했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들에게 인파가 몰리는 터키의 주요 관광지와 기차역, 버스터미널, 경기장 등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일어난 자폭 테러는 중동발 안보 불안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터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터키는 그간 유럽연합(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는 등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다른 중동국가와는 다른 경로를 밟아 왔다. 시리아 내전 등 중동을 삼키는 불길과 가능한 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포함해 잇따르는 테러는 그런 희망이 무위로 끝났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내전,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중동 현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에 “(이번 사건이) 시리아의 테러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이후 터키에서 일어난 3번째 대규모 테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10일 수도 앙카라역 광장의 자폭 테러로 102명이 숨졌다. 앞서 7월에도 남부 수루츠에서 폭발이 일어나 34명이 사망했다. 터키 정부는 두 사건 모두 IS 조직원에 의한 자폭테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도 IS 소행일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터키군은 지난해 5월 이후 미국 등과 보조를 맞춰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 서부 국경에서 IS 격퇴전을 벌이고 있다. 이후 터키에 대한 IS의 테러 기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터키 남동부에 주로 거주하는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일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쿠르드 노동자당(PKK)과 터키 사이 2년간의 휴전협정이 파기된 이래 양측 간 교전으로 터키 군경은 200여명, 반군도 1700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PKK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회피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IS 소행일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치안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IS의 소행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폭탄이 관광지의 관광객과 민간인 등 ‘소프트 타깃’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IS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 직후 유럽연합(EU)은 “모든 형태의 테러에 반대하며 테러와 싸움을 벌이는 터키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덴마크 등 유럽 각국은 자국민들에게 터키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날 긴급 성명에서 “터키를 여행하는 독일국민들은 광장 등 공공장소 방문을 긴급하게 피하고, 테러 공격과 정치적 폭력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폭 테러 발생지인 이스탄불의 술탄아흐메트 광장은 연간 3700만여명의 외국 관광객 대부분이 방문하는 곳이다. 터키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려는 테러 주도자들의 의도가 읽힌다.

성소피아박물관과 술탄아흐메트 모스크 등이 모인 술탄아흐메트 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 등 동서양의 문명이 어우러져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조효석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