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축 무너진 더민주… 탈당바람 북상 움직임에 벌벌

입력 2016-01-12 21:23 수정 2016-01-13 01:09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재영입 7호로 입당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를 소개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제1야당을 떠받쳐 온 최대 기반 ‘호남’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호남 의원들의 연쇄 탈당에 이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마저 12일 당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외부인사 영입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탈당바람’이 수도권으로 북상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그동안 더민주를 지탱해온 두 축은 호남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이었다. 그런데 권 고문과 김옥두 이훈평 남궁진 윤철상 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의 집단 탈당으로 더 이상 호남에 기댈 언덕이 없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호남에서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영향력을 고려할 때 동교동계의 이탈로 ‘더민주 세력 호남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적통(嫡統) 논쟁도 벌써 시작됐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DJ가 떠난 야당에 누가 정통성을 부여하겠느냐”고 했다. 반면 주류 측 한 의원은 “호남도 DJ의 정신이 분열이 아닌 통합이란 사실을 알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권 고문에 이어 호남 의원들의 연쇄 탈당도 예고돼 있다. 주승용(전남 여수) 장병완(광주 남) 의원이 13일, 박혜자(광주 서갑)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등은 17∼18일쯤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전남 목포) 김영록(전남 해남·완도·진도)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의원 등과 일부 전북 의원들의 추가 탈당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 경우 광주의 더민주 의원은 강기정(광주 북갑) 의원만 남게 되고, 호남 의석 과반도 무너지게 된다.

수도권도 심상치 않다. 비주류인 최원식 의원은 “국민의당에 참여해 총·대선 승리에 분골쇄신하겠다”며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5번째 수도권 의원 이탈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신학용 의원도 조만간 탈당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권 고문 탈당 기자회견과 같은 시각 당대표실에서 7호 외부인사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영입을 발표했다. 공교롭게 맞불을 놓은 모양이 됐다. 전남 화순 출신인 양 전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으로, 입당 기자회견에서 광주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권 고문 탈당에 대해 문 대표는 “어쨌든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우리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새롭게 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천혁신안의 핵심 기구인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도 평가 결과를 공천기구에 전달하며 활동을 종료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문 대표가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조기 선대위 구성 입장을 밝힌 지 3주가 지났음에도 선대위 구성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도체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재 영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범주류 의원도 “늦어도 1월 중순에는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문 대표가 2선으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다시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문동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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