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 강의에 자유경제원 등에서 활동하는 우익 인사들이 강사로 초청되자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총선 선거철에 진행될 강의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대 공대는 3월 시작하는 ‘공학도의 도전과 리더십3’ 강의에 자유경제원 현진권 원장, 최승노 부원장 등 10여명이 강사에 포함됐다고 12일 밝혔다. 성공 신화를 쓴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강의로 중간·기말고사를 제외한 모든 수업이 외부 강사의 강연이다. 공대 측은 자유경제원에서 제안을 받고 이들을 강사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연구하고 그 논리와 주장을 설파하는 보수단체다.
강의계획서로 강사 면면을 확인한 학생들은 “대부분이 자유경제원의 대학시장경제강좌에서 강의하는 사람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선거철에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를 듣게 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학교 당국의 적절한 처사인지 의문이다” “강의실에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담당 교수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데 이어 학교에 정식 항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자 일부 강사는 명단에서 빠졌다. 당초 명단에 있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학생들이 항의 메일을 보낸 뒤인 지난 9일 강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는 지난달 18일 투신자살한 서울대생(19)에 대해 “의지박약”이라고 비판해 논란을 빚었다.
공대 측은 담당 교수가 귀국하는 대로 문제 제기된 강사들을 조치키로 했다. 공대 관계자는 “신중하지 못한 강사 선정이었다. 본래 취지에 맞는 강사들로 강의를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3월부터 우익 인사 강사 초청 수업… 서울대 정치적 중립성 위배 논란
입력 2016-01-12 20:56 수정 2016-01-13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