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야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24㎞ 떨어진 산간지역이다. 이곳에는 무자비하기로 악명 높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도 없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에게는 IS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 수개월째 계속되는 굶주림이다. 거리에 보이는 남성들은 대부분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라 있었다. 아이들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얼굴이 누렇게 떴다.
인구 4만2000명의 제법 큰 마을이던 이곳이 이 같은 지옥으로 변한 것은 6년째 계속된 시리아 내전 때문이다. 마다야는 반군이 장악한 상황에서 친(親)정부군이 주변을 포위하면서 외부의 식량을 비롯해 물과 전기까지 모두 끊겼다. 산간지역인 이곳에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풀로 죽을 끓여 먹고 개와 고양이, 당나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일뿐이다. 현지 병원도 의료품 부족으로 수분보충 염분 정도를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이곳에 11일(현지시간) 구세주 같은 손님들이 찾았다. 동틀 무렵 지평선 너머로 전조등을 환히 밝힌 트럭 수십대가 들어서자 몇몇 주민은 추위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보닛에 빨간 십자가를 부착한 적십자사의 하얀색 SUV 차량 앞에 선 어린 소녀가 물었다. “음식 가져 왔어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적신월사 등 구호단체들이 시리아 마다야를 비롯해 북서부의 푸아와 카프라야 지역 주민들에게 식량, 의약품, 연료, 담요, 비누 등의 각종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보낸 트럭 61대가 도착해 물자를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 물품이 지원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구호단체들의 노력과 인터넷의 힘이 컸다. 최소 40명이 숨졌다는 구호단체들의 보고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의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인도적 지원 요구가 높아졌고, 마침내 시리아 정부가 유엔 등의 인도적 지원을 허용한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에만 이들 지역에서 67명이 기아 또는 의약품 부족으로 숨졌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구호품이 도착하기 바로 전날에도 9살배기 어린아이를 포함해 5명이 굶어 죽었다고 밝혔다.
어렵게 식량과 구호품을 전달했지만 주민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언제 구호품이 다시 끊길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서 구호 트럭을 맞은 교사 사피야 고슨은 “나가고 싶다. 마다야에는 물도, 전기도, 연료도, 음식도, 아무것도 없다”고 절규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날 전달한 식량은 주민들이 3개월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지만,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등 8개 구호단체는 성명을 통해 식량이 한 달 치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들 단체는 “6개월간 이어진 봉쇄를 완전히 풀고 지속가능한 구호물자 전달을 보장해야만 이들 마을의 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며 시리아 정부군과 무장단체들에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시리아 내전이 만든 ‘죽음의 마을’… ‘반군 장악’ 마다야
입력 2016-01-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