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발달한 형태의 석기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고 단정했던 세계적인 고고학자 H 모비우스 하버드대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을 순식간에 뒤집은 것이다. 모비우스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 주먹도끼가 없는 것은 이 지역이 문화적으로 정체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결정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일본은 자국의 역사를 70만년 전까지 확장한 후지무라 신이치 도호쿠 문화연구소 부이사장의 발굴작업이 모두 가짜라는 것이 2000년 밝혀져 3만5000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다.
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전곡 유적지에서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20여 차례 발굴조사에서 8000여 점의 구석기유물이 나왔다. 유적지 안에 건립된 토층전시관은 1981년 4차 발굴조사 당시의 발굴피트를 복원한 전시시설로 발굴조사 사진과 출토 유물, 발굴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생생한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최근 전곡리 유적에서 북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파주 적성∼연천 전곡 도로건설공사구간 내 남계리 유적에서도 주먹도끼 등 구석기 시대 유물 1000여점이 나왔다. 몸돌, 격지(몸돌에서 떼어 낸 돌조각), 주먹도끼, 찍개, 여러면석기 등으로 주로 석영, 규암 등 석영계 석재로 만들어졌다.
전곡리 유적지 인근에 2011년 4월에 개관한 경기도립 전곡선사박물관은 선사박물관으로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최첨단 현대식 시설을 갖춘 세계 5대 구석기박물관의 하나이다. 전곡리 구석기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건립됐으며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원시 생명체의 신비로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립된 전곡 선사박물관은 실물 비례의 다양한 구석기시대 조형물과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쉽고 즐겁게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상설전시관은 관람동선을 따라 전곡의 주먹도끼,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사바나의 최초인류,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 추가령 구조대 고인류의 터전, 전곡의 지층, 선사시대의 문화와 믿음, 극지로 가는 구석기인, 고고학체험센터, 몰핑스테이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몰핑스테이션은 각 진화 단계별 인류들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시켜 자신이 선사시대에 어떤 모습이었을 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야외체험장은 사냥체험장, 지질체험장, 발굴체험장, 움집체험장, 석기체험장, 고고학교실, 가죽옷교실, 석기체험교실, 인체과학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체험프로그램으로 나만의 동굴벽화 꾸미기, 구석기시대의 하루, 진화의 증거를 찾아라, 구석기시대 패션디자이너, 나도 고고학자 등등의 개별 프로그램과 1박2일 선사문화캠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연천으로 떠나는 빙하시대 선사체험이 오는 24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빙하시대 구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겨울여행은 ‘전곡리안의 겨울나기(부제: 빙하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테마로 다양한 겨울놀이체험과 선사시대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야외 화덕에 생고기를 직화로 구워먹는 구석기 바비큐 체험은 구석기 겨울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구석기인들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석기를 직접 제작해 날고기를 자르고, 자른 고기를 나무꼬치에 꽂아서 대형 화덕에 구워먹는 것으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선사문화의 체험과 전시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실내 체험장에서는 각종 도구 만들기, 의복입기, 주먹도끼 목걸이 만들기, 구석기 미니어처 집짓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백설공주 성, 뽀로로 이글루, 라이언 킹, 코코코다코 등 동화 속 캐릭터들을 만나는 겨울 동화나라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높이 10m 규모의 대형 눈사람이 있는 눈 동산에서 썰매를 타며 겨울놀이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대형 눈썰매장, 얼음 연못, 스노모빌, 스노 트레인, 앵그리 인간 컬링 등 겨울놀이가 즐비하다. 주말에는 아이스 인간볼링, 컬링, 얼음골프, 이색 빙상 달리기, 왕 팽이 5종 경기를 펼치는 스노 올림픽이 열린다.
연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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