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250명 친구들에게 장미를 바치다… 세월호 생존 단원고생 졸업식

입력 2016-01-12 17:41 수정 2016-01-13 01:25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 학생 86명의 졸업식이 1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참사 637일 만이다. 졸업생들은 희생·실종 학생 250명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250송이의 장미를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모든 시신을 찾을 때까지 학교를 떠날 수 없다”며 희생·실종 학생 명예졸업식 제안을 거절했다. 명예 3학년 교실을 찾은 유가족들이 아이들 사진을 어루만지며 추모하고 있다. 안산=구성찬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들이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을 마치고 학교를 나오자 학부모들이 ‘고마워요 응원할게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위로하고 있다(위쪽 사진). 단원고 명예 3학년 교실을 찾은 희생자 가족들이 희생학생의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구성찬 기자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과 살아남은 아이들의 상처는 여전히 깊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은 먼저 간 친구들 몫으로 장미 3송이씩을 챙겨 들고 졸업식장에 섰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졸업식장 대신 아이가 다녔던 교실에 들어가 빈 책상을 어루만졌다.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슬픈 졸업식은 그렇게 치러졌다. 졸업생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겪은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해 86명이었다. 졸업식은 졸업생과 가족들, 재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단원고는 ‘단원고등학교’ 글자와 숫자가 적힌 비표를 소지한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만 입장을 허용하고 외부인 출입은 차단했다. 단원고 정문 주변에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많이 아파한 만큼 더 예쁘게 성장해 달라’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학교 측은 당초 희생학생들의 명예 졸업식도 함께 치르려 했지만 “바닷속에 있는 교사 2명과 학생 4명의 시신을 찾을 때까지 학교를 떠날 수 없다”는 유가족 측의 반대로 취소됐다.

졸업식에서 2학년 재학생 대표는 송사를 통해 “고교 3년의 시간이 더욱 긴 시간이었을 선배님들 마음고생 많으셨다. 어느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선배들을 위로했다.

이에 3학년 졸업생 대표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겨울이 찾아와 혼란스러운 병원생활, 새로운 환경의 연수원,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은 모두에게 힘겨운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고 답사해 식장을 숙연하게 했다.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오지연(46)씨는 “돌아오지 못한 250명의 친구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250송이의 장미를 준비해 아이들은 각각 3송이씩 나눠 갖고 졸업식에 참석했다”며 “간혹 눈물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고 졸업장을 받으며 고개를 떨구는 아이도 있었다”고 졸업식 분위기를 전했다.

졸업식 후 한 생존학생은 교문 앞에서 “앞으로 사회로 나가서 숨진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졸업식이 열린 비슷한 시각, 희생자 가족 5∼6명이 졸업식장에 들어가는 대신 교실에 들어가 각자 자녀들의 자리를 지켰다.

졸업식 후 낮 12시부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과 시민 등 200여명이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분향소에선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아이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돼버렸다. 졸업생 모두가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란다.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라며 전날 공개한 축사로 추모사를 대신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온라인 편집=박효진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