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63) 전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이 235만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됐다. 선거로 뽑힌 첫 호남 출신 농협 회장이다.
농협중앙회는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전국 대의원 등 선거인 292명 가운데 289명이 결선투표를 벌여 163표를 얻은 김 후보를 회장에 선출했다.
이날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에 오른 경기 출신의 이성희(67) 전 낙생농협 조합장과 김 당선자가 결선 투표까지 갔다. 1차 투표에서는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경기 지역의 이 후보가 1위를 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김 당선자가 접전 끝에 앞서는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김 당선자는 1953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농업고, 광주대를 졸업했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졸업했다. 13∼15대 남평농협 조합장, NH무역 대표, 농협양곡 대표를 역임했다. 김 당선자의 농협회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로, 선거 출마 당시부터 유일한 호남 후보로 관심을 받았다. 현재까지 선출된 농협회장 4명 중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최원병 현 회장(경북)과 직전 정대근 전 회장(경남)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김 당선자의 임기는 4년이다. 2007년 12월 당선됐던 최 회장은 한 차례 연임해 8년의 임기를 누렸지만 농협법 개정으로 김 당선자부터는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임기는 짧아졌지만 주어진 과제와 책임은 무겁다. 농협회장은 31개 계열사에 임직원만 88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의 수장이면서 농민 조합원 235만여명을 대표하는 자리다. ‘농민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농협의 자산은 400조원이다.
경기 침체에다 한·중 FTA와 쌀시장 개방 등으로 어느 때보다 농민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져 있다.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으로 국내 농수산업이 위축된 지도 오래됐다. 새 회장이 이 같은 현실에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농협중앙회가 농업을 되살릴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형권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은 “중앙회와 지주회사가 산지유통이나 도매유통을 하면서 회원조합과 경합하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중앙회는 컨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지역조합과 품목조합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늘어가는 쌀 재고 문제 해결에도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당선자도 회장 선거 과정에서 “넘쳐나는 쌀 해결을 위해 농협 양곡이 적극적으로 나서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의 쌀을 모아 시장에 유통시켜 RPC 경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 회장 본연의 임무인 농협금융지주 분리 작업도 마무리해야 한다. 현재 농협금융을 지주회사로 분리한 데 이어 내년 2월까지 농협 경제도 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농협 금융지주의 수익성 회복 문제도 당면 과제다. 농협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줄었다. 2014년 기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농협은행은 14.02%로 국민은행 15.97%, 신한은행 15.43%, 우리은행 14.25%보다 낮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저조하다. 농협 공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제5대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씨, 호남 출신 첫 민선… 삼수 끝에 이룬 ‘농민 대통령’
입력 2016-01-12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