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때 더블 스코어 차로 눌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의 선거유세 가세 이후 과거 섹스 스캔들 논란이 다시 거론되면서 유권자들의 비호감을 자극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힐러리의 위기’는 11일(현지시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ARG) 조사에서 힐러리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각각 44%의 지지율을 얻어 샌더스 의원의 47%에 3% 포인트씩 뒤졌다. 인베스터즈비즈니스데일리(IBD)의 전국단위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43%의 지지율로 샌더스 의원(39%)을 4% 포인트 따돌리기는 했지만, 오차범위 내 경합 상태다.
특히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 1, 2위 주자들과의 가상대결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에 비해 샌더스 의원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급해진 클린턴은 이날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샌더스의 진보적 정책을 의식, “연간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 30%의 세금을 매기는 ‘버핏세’를 도입하고 연간 500만 달러(약 60억원) 이상 버는 초고소득층에는 4%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지원유세에 나선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등장이 과거 섹스 스캔들 논란만 떠올리게 해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빌 클린턴과 수십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뭐가 다른지 언론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면서 빌 클린턴의 아칸소주 주지사 시절 및 대통령 재직 시설의 성폭행 및 성추문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은 클린턴 전 장관이 과거 국무장관 직위를 이용해 첼시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가족 소유 재단인 ‘클린턴 재단’의 후원자들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초기 경합주에서 내리 패할 경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이 경선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아이오와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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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힐러리 ‘2008년 아이오와의 악몽’
입력 2016-01-12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