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무기력과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아니요’라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국회에서의 대야 협상에선 정치력 제로다. 총선 공천과 관련한 친박·비박계 간 갈등은 여전하다. 계파 싸움을 거듭하다 분열 중인 야권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고도 총선 압승을 장담하고 있으니 오만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과테말라를 방문하기 위해 12일 출국한 것은 한편의 코미디다. 국회 운영위원장이자 집권당의 대야 협상 사령탑이 6박7일 동안 국회를 비운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마다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에게 상식 밖의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거기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해 편법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선거운동을 묵인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밤을 새워서라도 야당을 설득해야 할 엄중한 시기이다.
박 대통령이 원 원내대표를 특사로 지명한 것이 일차적으로 잘못이지만 새누리당이나 당사자가 고사했어야 했다. 한 달 전에 결정됐다지만 여야 협상이 해를 넘겨 1월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은 상식에 속했다. 그런 시점에 특사 지명을 수용한 것은 정무감각이 수준 이하이거나 무책임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부적절한 지명인줄 알면서도 감히 반대하지 못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경제 관련 법안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거듭 양보안을 제시하는데도 새누리당은 원안을 고수하더니 이제 원내대표 공석으로 협상 자체가 중단되다시피 할 지경이다. 청와대와 야당의 시각차를 누가 어떻게 좁혀나갈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총선을 겨냥한 1차 영입인사의 면면을 보면 집권당이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김무성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소개한 6명은 종편 등 방송에 약간씩 얼굴이 알려졌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그중 2명은 이미 입당한 사람이고, 배모 변호사는 방송에서 유승민 의원이 다단계 사기극 ‘조희팔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식석상에서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당이 우여곡절 끝에 공천 규정을 확정했지만 이번에는 ‘영입인사’ 적용 범위를 놓고 친박과 비박이 대립하고 있다. 친박은 장차관을 지낸 사람들을 영입 케이스에 포함시켜 ‘100% 국민참여 경선’을 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비박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계파 정치에 몰입한 상태에서 3개월 뒤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건가.
[사설] 새누리당의 무책임·무기력과 오만 도를 넘었다
입력 2016-01-12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