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 대장’ 빅리그행 실력 인정 받았다… 오승환, 세인트루이스 입단 계약

입력 2016-01-12 20:1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이 확정된 오승환(오른쪽)이 12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존 모젤리악 단장과 함께 등번호 2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있다. 오승환은 올해 빅리그에서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고 필승 셋업맨으로 새 출발한다. UPI연합뉴스

오승환(34)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몸값을 받고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오승환의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단과 오승환 측은 ‘1년 보장에 구단 옵션 1년’이라는 기간만 공개하고 연봉 내용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다만 오승환 측 관계자는 “2년째 구단이 옵션(잔류 요청)을 행사하면 2년 최대 11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첫해 연봉과 인센티브가 500만 달러 수준이고, 2년째인 2017년 세인트루이스가 오승환에게 잔류 요청을 하면 600만 달러 수준의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는 계약인 것으로 전해졌다. 4년 1200만 달러에 계약한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2년 700만 달러를 받는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마크 매시니 감독은 지난 시즌 자신의 등번호 26번을 주며 오승환에게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초 오승환은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헐값에 계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계약 시점만 미뤄졌을 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그것(원정도박)은 말 그대로 단순히 카드 게임에서 돈을 건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물론 선수 노조와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필승 셋업맨으로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빅리그 정상급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26)이 버티고 있다. 세인트루이스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승환이 7∼8회 이기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라이온즈 입단 당시 셋업맨으로 활동하다 마무리 자리를 꿰찬 바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바로 기량을 과시해야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팀에 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병호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올해 첫해니까 변화를 많이 주기보다는 부딪혀서 준비하고 싶다”며 “첫 시즌을 보내고 한국에 올 때 당당히 들어오도록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호는 특히 미네소타와의 계약 내용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고 밝히면서 “미네소타의 모든 선수가 거부권이 없다고 들었다”면서 “팀이 나에게 이 정도로 투자하는 것이 기회를 주는 투자인지 마이너로 보내려는 투자인지를 생각하고 계약했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