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고강도 사정의 칼을 빼들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2일 발표한 ‘부패 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과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등 무려 240조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16개 분야 공공 시스템에 백신 프로젝트를 적용, 부정부패와 비리 발생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전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패 대응체계를 혁신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비리를 예방하는 일은 정부가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당연한 책무다. 그럼에도 정부가 새삼스레 고강도 사정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집권 4년차를 맞아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검찰이 검찰총장 직속의 반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구성한 데서도 드러나듯 대통령의 부패 척결 의지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방향은 잘 잡았다. 과거 비리를 적발해 엄벌에 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은 더 중요하다. 죽은 뒤 처방은 아무 소용없다. 철밥통인 공공부문은 성과주의로 평가받는 민간부문과 달리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갑의 위치에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보니 비리의 유혹에 취약하다. 정부가 4대 백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5조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하는 까닭도 이 같은 공공부문의 비효율적 운용에 근거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경우 이중삼중의 검증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은 필연적으로 조직 위축과 복지부동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로 인해 창의적 행정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나 분위기를 해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해외자원개발비리, 방산비리 의혹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번만큼은 허언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사설] ‘백신 프로젝트’ 또 다시 용두사미 꼴 나선 안 돼
입력 2016-01-12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