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 한국인들이 보내준 기도와 성원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한국의 사위’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부인 유미 호건 여사와 한인들이 보는 공개 석상에서 목이 멘 듯 눈물을 글썽였다. 11일(현지시간) 아나폴리스 소재 메릴랜드주 의사당에서 열린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였다. 미주 한인의 날은 1903년 1월 13일 한국인 102명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한 날을 기념해 미 연방의회가 2005년 제정했다. 미국에서 주지사가 한인의 날 행사를 공식 주관한 건 이날 메릴랜드가 처음이다.
태권도 사범으로 유명한 이준구씨의 아들 지미 리씨가 메릴랜드 주정부의 소수계 장관 자격으로 행사를 진행한 이날 기념식에서 호건 주지사는 한인 이민자들이 미 주류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호건 주지사는 또 “미 역사상 최초의 한인 (주지사) 퍼스트레이디인 유미는 내 아내이자 메릴랜드의 자랑”이라고 부인을 치켜세웠다.
그는 특히 지난해 암 투병 중일 때 한인들의 기도와 격려가 쇄도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호건 주지사는 “여러분의 기도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지난해 6월 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린 사실을 공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으나 같은 해 11월 암 완치 진단을 받았다. 이날은 머리카락이 엄지손가락 굵기만큼 자란 모습으로 나타나 밝은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안호영 주미 대사는 인사말에서 “호건 주지사 부부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며 “한때 미국의 수도였던 메릴랜드주 의사당에서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을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 부부는 주지사 취임 이후 아시아 순방 일정 중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고, 또 주지사 관저에 처음으로 김치냉장고를 들여놓는 등 한국 사랑으로 유명하다.
아나폴리스=글·사진 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 “암 투병 중 한인들의 기도·성원 못잊어”
입력 2016-01-12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