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朴 대통령 실명 거론 원색적 비난’ 南서 거의 안 들려

입력 2016-01-12 21:12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찬양하고 4차 핵실험 성과를 자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확성기 성능이 낙후돼 남쪽에선 거의 들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북한의 확성기 방송은 10여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방송 내용은 김 제1비서에 대한 우상화와 충성 결의 등이 많다. 우리 대통령 실명을 거론해 비난하는가 하면 4차 핵실험을 정당화하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북측은 자체 라디오 방송국인 평양방송 내용을 대남 방송에 활용하면서도 일부는 대남 비방을 위해 새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군 당국은 추정했다.

북한의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8월 목함지뢰·포격도발 당시보다 규모가 커졌으며 대남 비난 수위도 한층 높아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원색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을 개량했는지에 대해선 “출력이 낮아 많이 좋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지난 8일 최전방 10여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직후 북한 또한 자체 확성기로 대응 방송에 나섰지만 출력이 매우 떨어져 대남 비방보다는 북측 주민들이 대북 방송을 듣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확성기 가청거리는 우리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면서 “우리 측 확성기 방송에 대한 방해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북측 확성기 방송의 가청거리는 1∼3㎞에 불과한 반면 우리 측 방송은 10㎞ 이상 거리에서도 잘 들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측 방송이 들리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 지역에서도 방송원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만 분간할 수 있을 뿐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북측 확성기 주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선 대북 방송이 잘 들린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대북 방송이 잘 들리고 있어 심리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대남 방송 외에 별다른 대응을 않는 데 대해선 “(대북 방송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억지로 무시하는 듯하지만 분명히 효과는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자꾸 들을수록 심리전 효과도 증대된다”며 “대북 방송의 효과는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북한군은 현재 특이 동향 없이 동계훈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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