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49)처럼 한국 뮤지컬계에서 다채로운 커리어를 뽐내는 인물도 드물다. 미국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국악작곡을 공부했으며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으로 뮤지컬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많은 작품의 음악감독을 했고 아카데미를 세워 창작자들을 육성해온 박칼린은 2008년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계기로 연출로도 발을 넓혔다. 또 2011년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는 여주인공 다이애나 역을 소화해 배우의 재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넥스트 투 노멀’(2015년 12월 16일∼2016년 3월 13일·서울 두산아트센터)의 앙코르 공연에서 열연하고 있는 박칼린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인생을 재밌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끊임없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2010년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지휘하면서부터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멋지게 이끌었다. 그 뒤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으며,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비롯해 대형 행사의 연출가로 바쁘게 보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은 나랑 잘 맞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TV 덕분에 좀 더 다양한 기회를 얻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명예나 돈보다는 작업 자체가 주는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1호 음악감독이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더 이상 음악감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 여성만을 위한 쇼 ‘미스터쇼’의 대성공 이후 연출 의뢰가 쏟아지는 데다 후배와 제자들에게 음악감독의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2월 23일∼3월 6일·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와 ‘페스트’(7∼10월·서울 LG아트센터)의 연출을 맡은 상태다. 특히 알베르 카뮈의 동명소설과 서태지의 음악을 접목시킨 ‘페스트’는 올해 최고 화제작 가운데 하나다. ‘페스트’ 제작사가 그를 택한 것은 서태지가 음악을 이해하는 연출가를 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칼린은 “내가 가진 생각을 무대에 구현하는 작업 과정을 너무 좋아한다. 지금도 스턴트와 춤을 각각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할 생각이다. 다만 뮤지컬 ‘선셋대로’를 포함해 욕심이 나는 작품에 한해서다. 그는 “샤넬 옷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고 불편하면 입지 않는 게 낫다”면서 “나이에 어울리고 정말 잘할 수 있는 몇 개 작품만 선택해서 하고 싶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뮤지컬계 ‘팔방미인 활약’ 펼치는 박칼린 “재밌게 살기 위해 다양한 역할 도전 중”
입력 2016-01-1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