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글러브’라는 제목의 영화가 심금을 울렸다. 이 영화는 청각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전국대회 도전이라는 실화를 다룬 영화다. 자신이 친 홈런의 경쾌한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이 오로지 눈에만 의지하여 전국 야구대회 출전을 위해 분투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 큰 감동을 주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15년 12월 마지막 날, 27만 청각장애인들이 염원해 온 한국수화언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서 수화언어(수어)의 지위를 보장하며,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언어소통 권리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대표로서 이 법률 제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동안 수어와 관련한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다. 몇 년 전 한 청각장애 초등학생이 수어통역을 학교에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아 상처를 준 일이 있었다. 일반 교육기관도 마찬가지다.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청각장애인이 수어통역을 부탁하자 등록을 거부해버린 일도 있었다. 이처럼 수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차별받아 왔던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은 의미가 매우 크다.
한국수화언어법은 수화의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기본계획 수립, 수화언어 연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청각장애인들이 받아 왔던 차별적 환경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국민들도 수어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회통합에도 일조할 것이다. 이 법은 청각장애인들의 언어권 보장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정부의 법 이행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 특히 시행령에 위임된 내용들이 올바로 즉시 만들어져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실현될 수 있다.
필자는 ‘수어는 행복이다’라는 말을 즐겨 쓴다. 청각장애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한국수화언어법 탄생에 따른 행복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조속히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관련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기고-이대섭]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을 환영한다
입력 2016-01-12 17:33 수정 2016-01-13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