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 테러 1주년인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가짜 폭발물 조끼를 입고 경찰관에 칼을 휘두르다 사살된 남성이 독일의 난민 쉼터 출신으로 밝혀졌다. 최근 독일 쾰른의 새해맞이 행사에서 발생한 ‘집단 성범죄’ 용의자 대다수가 이민자로 밝혀지는 등 난민 관리의 허점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유럽 내 난민 포용에 앞장서온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가 오는 20일 각국 정상과 글로벌 리더들이 집결하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쾰른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집단 성범죄 사건으로 메르켈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反)난민 여론이 급등한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영국 BBC는 이날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 신고가 5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녹화 영상을 증거로 30여명의 용의자를 조사하고 있지만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쾰른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랄프 예거 내무장관은 조사 결과 “용의자 대다수가 난민신청자나 불법체류자 등이며 쾰른이 주거지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11일 밝혔다.
사건 여파로 정부 여당과 연정 파트너 사이에서 관대한 난민정책이 도마에 오른 데 이어 극우정당에서는 ‘메르켈 총리 사임’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법부의 난민 범죄자 추방 권한 강화 등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나 현재의 포용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파리 경찰 공격범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독일에 입국해 난민 쉼터를 거쳐 프랑스로 입국했다는 사실도 공개돼 여론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용의자가 이슬람국가(IS) 추종 행보를 보여 독일 당국의 위험인물로 분류돼 있었음에도 지난해 말 행방을 감췄다며 당국의 허술한 위험난민 관리 체계를 지적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 등 프랑스 당국은 이 남성이 ‘타레크 벨가쳄’이라는 튀니지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파리 경찰 공격 남성 독일 난민쉼터 출신
입력 2016-01-11 21:41 수정 2016-01-11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