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 때문에 원세훈(65) 전 국가정보원장 파기환송심 재판이 또 파행했다. 그간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박형철(48·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는 ‘문책성 인사’로 지난 7일 사표를 냈다. 지난해 9월 심리 시작 후 사사건건 충돌한 검찰과 법원은 ‘증인 신문 방식’과 ‘재판 일정’을 놓고 법정 언쟁을 벌였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2월 법관 인사 이후로 정했다. 선고는 더 늦어지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 심리로 11일 열린 원 전 원장의 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전 직원 김모씨는 수십 차례 검찰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앞서 파기환송심 법정에 나온 국정원 직원 4명도 모두 증언을 거부했었다.
검찰은 김씨에게 “국정원에서 (답변을 거부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재판부가 “(증언하도록)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자 검찰은 “(증언 거부권 인정) 취지와 사유를 공판조서에 남겨 달라”고 맞섰다. 재판부가 “뭘 신청하겠다는 거냐. 그게 요청할 사안이 되느냐”고 반박하면서 서로 고성이 오갔다.
변호인은 “증인은 앞서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 ‘한 번 더 법정에 가면 혀를 깨물고 싶다. 택시 면허도 취득했고, 할 말은 다 했다’고 적었다”며 김씨를 옹호했다.
검찰과 재판부의 날선 신경전은 공판 내내 이어졌다. 검찰이 법정에서 의견서를 낭독하려 하자, 재판부는 이를 허가하면서도 “(의견서) 제출 날짜만 어기지 말라”고 한마디를 더했다. 검찰이 “날짜를 어긴 적이 있느냐”고 따지자 재판부는 “있다. 알았으니 그냥 (낭독)하시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18대 대선 때 여당 반대 글을 트위터에 올린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된 판결에 대해 양측이 의견서를 내 달라”며 의견서 준비 기간과 2월 법원 인사를 감안해 다음 공판기일을 두 달 뒤인 3월 14일로 정했다. 검찰은 “무죄를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끼워 맞춘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원세훈 재판’도 檢-法 신경전… 공소유지 담당 박형철 ‘불명예 퇴진’
입력 2016-01-11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