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혁신의 아이콘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DNA를 삼성에 접목해 전 세계 IT 산업에 불어오고 있는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부품(DS)부문 미주총괄 사옥을 찾았다. 지난해 완공된 신사옥은 11만㎡ 규모로 조성돼 있다. 20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동은 반도체 적층 구조를 형상화해 2층으로 나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사무실 내부는 넓은 공간은 물론 곳곳에 위치한 편의시설이 돋보였다. 사무공간 한편에서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는 직원도 있었다. U2, AC/DC 등 유명 가수의 이름을 딴 회의실도 있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업무를 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자율근무제 형태로 일한다. 칸막이로 막혀 있고, 정형화된 국내 삼성전자 사옥과는 상반된 풍경이었다.
1983년 이곳에 사옥을 세웠던 삼성전자 DS부문이 30년 만에 같은 자리에 사옥을 새 단장한 건 실리콘밸리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장터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업들의 중심”이라며 “삼성전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장터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실리콘밸리는 인구 구조적으로 이민자가 많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라고 전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성공을 만들 수 있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손 사장은 “과거에는 한 산업이 붕괴되는 데 수십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빠르면 몇 달 안에 벌어진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같은 핵심 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보수적이었던 인수·합병(M&A)을 보다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사장이 이끄는 SSIC는 DS부문 산하에 있는 조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분야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2013년 만들어졌다. 완성품 중심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GIC)와 함께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발굴의 ‘투 톱’ 역할을 한다. 또 삼성전자는 2014년 12월 마운틴뷰에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사옥을 완공하고 현지의 다양한 연구소를 한곳에 집결해 차세대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했다.
SSIC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아틱(ARTIK)을 만들어냈고, GIC는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인수라는 성과를 거뒀다. SRA는 기어 S2 회전베젤 등 여러 핵심 기술을 연구했다.
SSIC, SRA, GIC 등은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인지하고 이를 삼성전자에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실리콘밸리에 물리적 안착을 한 게 아니다. 운영 방식도 실리콘밸리 문화에 맞춰 변신을 하고 있다. 손 사장은 “때로는 사업을 인큐베이팅하기도 한다. 이러면서 새로운 혁신을 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너제이=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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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삼성 실리콘밸리 DS부문 사옥을 가다] IoT·모바일 결제 등 신성장동력 발굴…‘혁신의 심장’
입력 2016-01-1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