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동시에 껴안으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전날 창당발기인대회를 마친 안 의원은 1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에 분향한 뒤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참배했다. 이어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도 방문했다.
안 의원과 함께 현충원 참배에 나선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성장의 엔진을 거신 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이끈 산업성장 엔진을 다시 한번 이 땅에 가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 땅에 도입했고 굳게 세우신 분”이라고 했다. 보수층 지지까지 이끌어내는 ‘중도정당’을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창당에 함께하기로 한 의원들도 동참했다. 김한길 의원은 “민주당 대표를 했을 때 내가 첫날 (박 전 대통령 묘역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했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은 “정치를 오래했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처음 가본다”며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의원 등 국민의당 인사들은 현충원 참배 이후 광주로 이동해 국립5·18민주묘지도 찾았다. 야당의 전통 지지층인 민주화 세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무소속 권은희 의원이 함께했다. 안 의원과 한 위원장은 추모탑 앞에서 분향하고 윤상원 열사 등 5개 개인묘역을 참배했다.
안 의원은 참배 뒤 “광주 정신은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당 시작 첫날 희생과 헌신으로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창당 당시 정강정책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삭제했다는 논란이 인 것을 의식한 듯 ‘민주화운동’을 신당의 정신과 연결지은 것이다. 신당 강령에 5.18민주화운동을 넣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추진위 인사들은 민주화운동 열사와의 인연을 알리며 ‘광주민심’ 다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문병란 시인 묘소를 참배하자 “저희 집안 어르신”이라고 소개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 단체 관계자는 윤상원 열사를 소개하며 “윤 열사를 운동권에 입문시킨 분이 황주홍 의원의 친형”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가 끝나고 광주 상록회관에서 ‘호남 지성과의 대화’란 이름으로 시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전남 순천에서 강연회를 하고 경찰서를 격려차 방문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 “안 의원과 국민의당은 인격살인을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말했다. 허 전 장관은 국민의당에 영입됐다 비리전력 논란으로 영입 자체가 취소됐다.광주=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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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1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