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독자적인 청년정책 실행에 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은 11일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주거공간 ‘셰어 어스’(SHARE-US)를 방문해 청년들과 청년활동가, 지역주민 등과 청년 주거문제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셰어 어스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한 건축가들이 설립한 ‘선랩’(Sunlab)이 시도한 공동체 기반의 1인가구 주거공간 모델로, 공실이 많은 신림동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층은 오픈카페와 부엌, 2∼4층은 주거공간(2·3·6인실)으로 구성돼 있다. 각자의 방을 쓰면서 세면실, 주방, 거실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박 시장은 셰어 어스 내부를 둘러본 뒤 “큰 감동을 받았다”며 “청년 일자리와 청년 공간, 주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극찬했다. 박 시장은 또 “집 주인들이 5∼10년 동안 임대료를 최소한으로만 올리겠다고 하면 서울시가 확실히 지원해드리겠다”며 “빈 고시촌을 청년창업촌으로 만드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HARE-US’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가격도 저렴하고 편의시설이나 환경도 다른 고시원에 뒤쳐지지 않아 생각 이상으로 만족한다”며 “같이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이제 사람사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청년 주거문제 해결에 서울시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시장은 “사회변화나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청년이고, 청년이 들어가면 다 바뀌고 성공하더라”며 청년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에게 공간, 주거, 일자리 등 20개 사업을 종합지원하는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매달 한 차례씩 청년 창업 등 청년활동 현장을 방문해 정책을 세밀하게 다듬고 청년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와 영역다툼이나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실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성을 강화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이번엔 고시촌… 박원순표 청년정책 본격 시동
입력 2016-01-11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