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유망주는 많다는 것 계속 보여주는 ‘무한도전’

입력 2016-01-13 04:00
MBC ‘무한도전’은 방송인들에게 예능인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무한도전’이 발굴해 낸 예능 유망주로는 작곡가 겸 가수 유재환, 배우 심형탁,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왼쪽부터) 등이 꼽히고 있다. tvN·MBC 제공
개그맨 김영철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못생긴 친구들’ 중 한 명으로 거론되며 종종 까메오로 출연해 왔다. 지난해 2월 ‘무도 큰잔치’ 특집에서 “힘을 내요, 슈퍼 파월”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대중의 호감을 얻고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김영철 페이스북 제공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예능 PD, 김태호·나영석·신원호 PD에게 아쉬운 감이 있는 게, (그 PD들이) 예능인(개그맨)과 동고동락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저희들한테 눈길을 주지 않고.”(김구라) “그래서 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배우들, 운동선수들, 요리사들 못 나오게….”(이경규)

9일 방송된 ‘무한도전’(MBC) ‘예능총회’ 특집에서 이경규와 김구라가 주고받은 말이다. 농담처럼 나온 말이지만 개그맨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음을 내비쳤고 방송 트렌드를 보여준 대화였다.

김구라의 지적대로 무한도전은 개그맨을 포함해 다양한 직업군에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데 유독 적극적이다. 개그맨들 뿐 아니라 가수, 배우, 운동선수가 무한도전에 얼굴을 내비친 뒤 예능인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적잖았다. 김태호 PD는 새 멤버를 영입하는 식스맨 특집을 하면서 “실력 있는 예능인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이 발굴해 낸 예능인들을 알아봤다.

◇무한도전이 찾아낸 예능 유망주들=지난해 무한도전이 발굴해 낸 예능 유망주는 가수 겸 작곡가 유재환, 농구선수 출신 현주엽, 배우 심형탁 등이다.

유재환의 무한도전 출연은 의도되거나 계획된 게 아니었다. 지난해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촬영 중 박명수를 돕다가 우연히 깜짝 출연하게 됐다. 가수 아이유의 팬이라며 수줍어하는 모습, 나긋나긋하고 예의바른 말투로 박명수에게 할 말 다 하다가 금세 조심하는 모습 등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호감을 줬다.

이후 유재환은 ‘라디오 스타’(MBC) 등 각종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해 독특한 입담을 보여줬고 지난해 말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tvN) 고정 MC가 됐다.

‘도라에몽 덕후’로 알려진 심형탁은 무한도전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오랫동안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10월 ‘바보전쟁’에서 ‘뇌순남’(뇌가 순박한 남자)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무한도전 출연 이후 드라마를 벗어나 ‘마리와 나’(JTBC), ‘옆집의 CEO들’(MBC) 등 예능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농구선수 출신 현주엽은 지난해 2월 방송된 ‘무도 큰잔치’에서 수줍어하면서도 방송을 즐기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정글의 법칙 인 니카라과’(SBS), ‘촉촉한 오빠들’(tvN) 등에 출연했다.

2013년 ‘진격의 거인’에 나온 이후 무한도전 친구들로 합류한 서장훈도 무한도전 출신 예능 유망주였다. ‘세바퀴’와 ‘애니멀즈’(이상 MBC)에서 MC를 맡았고, 최근 ‘아는 형님’(JTBC)에도 고정 멤버로 들어가면서 예능인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뮤지션 정재형도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서 처음으로 예능 나들이를 했다. 정재형은 정형돈과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예능인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불후의 명곡’(KBS), ‘정재형 이효리의 유 앤 아이’(SBS), ‘젠틀맨리그’(tvN) 등에서 MC로 활동하게 됐다.

◇무한도전의 친구들에서 예능 핵심으로=무한도전 고정 멤버는 아니지만 때 되면 얼굴을 비치며 제7, 제 8의 멤버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김제동, 데프콘, 김영철 등이다. 이미 예능인으로 입지가 단단한 김제동을 제외하고 가수 데프콘과 개그맨 김영철은 그다지 활약상이 높지 못했다.

비호감 캐릭터였던 김영철은 무한도전에 숱하게 출연하면서도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무한도전에서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2월 ‘무도 큰잔치’에 출연해 눈치 없이 내뱉은 말, “힘을 내요 슈퍼 파월”이 크게 히트를 쳤다. 이후 그는 ‘진짜 사나이’ ‘나혼자 산다’(이상 MBC) 등에 출연하면서 1999년 데뷔해 16년 만에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영철은 지난달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비호감 딱지를 뗀 것 같다’고 했더니 진짜 사나이 작가가 ‘비호감이 아니라 시청자가 네게 익숙해지는 게 오래 걸릴 뿐’이라고 말해줬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데프콘은 김영철보다 빨리 빛을 봤다. 파워풀한 힙합 뮤지션으로서 인상이 강했던 데프콘은 2011년 무한도전 ‘조정 특집’과 ‘우천취소 특집’ 등에서 활약하며 친근하고 편안한 예능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데프콘은 현재 ‘1박2일’(KBS), ‘옆집의 CEO들’, ‘비밀독서단’(OtvN)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