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주부부, 탈세 혐의 법정에… 왕정복고 후 왕실인사 첫기소

입력 2016-01-11 21:40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47)의 누나 크리스티나(50) 공주 부부(사진)가 11일(현지시간) 사기 및 횡령·탈세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섰다. 1975년 왕정복고 이후 스페인에서 왕실 인사가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는 건 처음이다.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는 작위를 이용해 스포츠 자선단체 누스연구소로 지원된 공금 600만 유로(약 79억원)를 횡령하는 등의 탈세·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남편인 이냐키 우르단가린(47)은 핸드볼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사업가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공주는 계열사인 부동산 자문회사를 이용해 2007∼2008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남편 우르단가린도 공금 횡령과 돈세탁 등으로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19년6개월을 선고받게 될 전망이다. 부부는 빼돌린 돈으로 바르셀로나의 현대식 대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호화 호텔에서 사교댄스를 하거나 휴가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중해의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에서 향후 6개월간 진행되는 재판에는 부부와 함께 다른 16명도 피고로 서게 된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계기로 처음 만난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우르단가린은 소수민족인 바스크족 출신으로 스페인 팀을 동메달로 이끌어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그의 팬을 자처한 크리스티나 공주는 응원단을 이끌고 직접 핸드볼 경기장을 찾으면서 그와 인연을 맺게 됐다.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부부의 탈세 혐의가 불거지면서 2014년 공주의 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78) 전 국왕은 재임 39년 만에 왕좌에서 물러났다. 급기야 공주 부부는 지난해 6월 동생 펠리페 6세로부터 작위를 박탈당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