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 당국이 지난해 12월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는 방송국과 신문사에 중앙 정부의 인사이동 등 민감한 정치 주제와 관련한 보도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단순한 언론 통제 강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내년 11월 열릴 예정인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와 연관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19차 당대회에서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교체될 예정이고 이를 통해 2022년 차기 주석과 총리가 정해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때문에 ‘포스트 시진핑’을 겨냥한 차기 지도자들 사이의 물밑 신경전이 이미 치열하게 벌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언론 통제, ‘차기 주자군’ 한정 서기의 지시=상하이시 선전부 명의로 상하이 주요 언론사에 전달된 문건은 한정(62) 상하이시 당서기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한 서기는 내년 19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다.
한 대형 방송사의 선임 편집자는 “콘텐츠 질보다 정치적 안정을 우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프로그램이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거나 고위 관리를 화나게 할 가능성이 있으면 시청률과 구독률을 희생하라는 권고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인은 동방조보의 자회사인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가 황치판 충칭시 시장이 충칭의 경제 성장을 이끈 것과 상하이에서의 경력 등을 보도한 것에 대해 한 서기가 화를 냈다고 전했다. SCMP는 상하이 주요 신문을 보유한 보업(報業)그룹이 최근 그룹 부사장 왕웨이를 동방조보의 당서기로 선임한 것도 정치 관련 기사에 상대적으로 용감한 동방조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한 주요 신문사 고위 간부는 “한 서기가 신중하고 충성스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는 지역 언론 보도로 불필요한 분쟁과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피하는 데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지도부 진입 거론 인물들은? 기존 유력 주자에 시진핑 측근 가세=19차 당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연령 제한 등의 이유로 퇴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명의 상임위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권력투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시진핑 체제 이전부터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던 인물은 후춘화(53) 광둥성 서기와 쑨정차이(53) 충칭시 서기다. 쑨정차이는 시 주석이 새해 첫 지방 시찰지로 충칭시를 낙점하면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시 주석은 그동안 4대 직할시(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가운데 유일하게 충칭만 찾지 않아 쑨정차이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시 주석 체체가 공고해지면서 측근 그룹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 주석의 심복으로 불리던 천민얼(56) 구이저우성 성장을 당서기로 전격 임명했다. 천민얼은 쑨정차이와 후춘화 등과 함께 모두 1960년대생, 50대로 시 주석 이후 중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군에 속한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시 주석의 ‘좌(左)청룡 우(右)백호’로 불리는 리잔수(66)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61)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조만간 베이징과 상하이의 당서기에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모두 상무위원으로 승진, 시 주석 집권 2기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불붙은 ‘포스트 시진핑’ 레이스… 언론 고삐 죄는 중국
입력 2016-01-11 21:39